[청년과미래 칼럼] 故김용균 1주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아시아타임즈 / 기사승인 : 2019-12-18 05:52:2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박성준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1년 전이다. 24살 젊은 생명이 처참히 사라졌다. 지난해 12월 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잔탄 제거 작업 중 컨베이어에 몸이 끼여 숨졌다. 故 김용균 씨 이야기다. 조명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거나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故 김 씨의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와 근로기준을 지키지 않는 노동 현장의 현실 때문에 벌어졌다. 이후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우리 사회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년, 아직도 계속해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희생자는 늘었다. 올해 9월까지 사고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1년 전에 비해 4.9% 증가했다. 그 중 사망자는 667명이다. 하루 평균 1명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몸이 으깨지고 사흘에 1명은 기계에 몸이 찢겼다.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티브이 뉴스에 전해지면 정부관리는 사망한 노동자 장례식장에 찾아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시늉을 하고 돌아간다. 이후 시스템 강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다음날 노동자들은 또 죽어나간다. 앞서 노동자가 떨어진 그 자리에 다른 노동자가 또 떨어지고 사망한 노동자가 끼었던 기계에 다른 노동자가 또 끼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다. 그러니 내일이라고 달라질 리가 있겠나.

현 정부가 산업 현장의 안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며 조선, 건설, 장비, 화학 분야 원청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또 28년 만에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故 김 씨의 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조위가 꾸려지고 22개 권고안도 나왔지만 산업현장에서 거의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반응이다.

이처럼 노동현장 현실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달라진 것은 오직 마스크뿐이라는 노동자들의 절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노동 현실을 보여준다. 방진 마스크가 1, 2급에서 특급으로 변경되었을 뿐 노동자들이 안전과 미래를 담보 잡혀야 하는 위험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분진이 날리는 어두운 곳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고 있다.

한 번에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하루에만 몇 명의 목숨이 찢기고, 깔리고, 으깨지는 현실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이러한 사태가 계속되는 한 인공지능이고 4차 산업혁명이고 뭐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날마다 사람의 목숨이 죽어나가는데, 이 현실을 덮어두고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故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열린 추도식에서 “너를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걸 막겠다”며 “엄마는 이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잃고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그가, 더 이상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인생의 마지막 희망을 털어 생명의 존엄을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말이다. 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간절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시민으로서 기본 책무이자 정부로서의 최소 임무다. 이제는 그의 말을 들어달라. 만나달라. 살려달라. 우리 모두가 김용균이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청년과미래 칼럼] 담뱃갑 경고그림 확대, 효과 있나2019.09.20
[청년과미래 칼럼] 청소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2019.09.23
[청년과미래 칼럼]습관의 무서움2019.10.07
[청년과미래 칼럼] 스마트 시대, 스마트한 사람 되려면2019.10.08
[청년과미래 칼럼] 꿈의 직장, 꿈 같이 먼 직장2019.10.10
[청년과미래 칼럼] 당신은 살인자입니까2019.10.30
[청년과미래 칼럼] 사회적 소외가 가짜뉴스를 믿게 한다2019.11.01
[청년과미래 칼럼] 한국언론, 체계적인 보수작업이 필요하다2019.11.06
[청년과미래 칼럼] 통제 속의 행복2019.11.07
[청년과미래 칼럼] 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386세대, 그들에게 부탁드린다2019.11.26
[청년과미래 칼럼] 과연 우리가 한민족일까?2019.11.27
[청년과미래 칼럼] 중국, 그들의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2019.12.04
[청년과미래 칼럼] 부동산, 이 시대의 악마인가2019.12.11
[청년과미래 칼럼] 성범죄에 관대한 대한민국의 추한 민낯2019.12.13
[청년과미래 칼럼] 故김용균 1주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2019.12.18
[청년과미래 칼럼] 90년대생 향한 타자화(他者化) 멈춰주세요2019.12.24
[청년과미래 칼럼] 배려는 사회의 품격이다2019.12.26
[청년과미래 칼럼] 무분별한 콘서트 ‘플미’ 문화...티켓 한 장이 등록금 값?2019.12.27
[청년과미래 칼럼] 청년정책만으로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2020.01.06
[청년과미래 칼럼] '1000만' 영화가 남긴 과제, 이대로 괜찮은가2020.01.15
[청년과미래 칼럼] 토익을 피한 결과2020.01.16
[청년과미래 칼럼] 수출규제 6개월... 일본불매운동에 대한 우려2020.01.20
아시아타임즈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