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정치 칼럼] 전염병처럼 치명적인 ‘혐오 바이러스’를 차단하라

이재헌 청년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1-31 08: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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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헌 청년과정치 칼럼니스트
“진짜 큰일 났어요. 중국에서 새로운 전염병으로 수만 명이 감염됐대요” 타이베이를 함께 방문 중인 친구가 유튜브를 보며 들려준 중국 우한의 첫 소식이었다. 루머처럼 다가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현재 2003년 사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지며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중국 뿐 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 신종바이러스의 진짜 무서운 점은 전파력이나 사망률이 아니다. 그 전과는 사뭇 다른 공포의 확산 속도다.

현재 유튜브나 인터넷상에는 확인되지 않은 ‘현장영상’ 혹은 ‘실시간 정보’ 들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포장되어 떠다니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사실 확인이 어렵거나 검증시간이 걸리는 한계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힘들게 하고 두려움을 조장한다. 결국 이 공포심은 ‘혐오’를 부추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에 동참했다. ‘NO 재팬’을 패러디한 ‘NO 차이나’ 로고도 등장했다.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 노동조합에서는 ‘특정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을 금지하거나 위험수당을 책정하라‘는 공문을 회사 측에 제출하여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에 반하는 한편 실제로 질병통제에 도움이 안 된다. 이는 밀입국을 유도하여 방역 사각지대를 만들고, 질병통제에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혐오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SNS보다는 언론과 정치 영역이 더 영향을 미친다. 가령 SBS는 지난 26일,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는 기사를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WHO와 정부의 권고에 따라 공식 명칭인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언급해야 함에도 아직까지 많은 기사의 제목에서 ‘우한 폐렴’이 등장한다. 지난 25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중국인 치료에 세금을 쓰는 무능한 정권’이라며 정부비판 정치공세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소식을 활용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사회질서를 가장 우선해서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공당의 정치인들이 ‘반중국인 정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눈에 보이지 않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혐오와 공포의 전염병’은 어찌보면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전염병일 수 있다. 현재 혐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방역체계는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원인 중에 하나는 차별과 혐오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가 될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이 10년이 넘도록 국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와 혐오는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피해 당사자에게는 실로 엄청난 폭력과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금 공포와 혐오를 낳고 확산시킨다. 우리 사회가 더 병들기 전에 ‘혐오’라는 전염병을 차단하고 치유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부디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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