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칼럼] 성악가의 컨디션 관리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기사승인 : 2019-11-06 10: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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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처음 이태리에 유학 가서 피렌체 Conservatorio(콘서바토리)에 입학하던 해에 작곡가 푸치니의 고향인 Lucca(루카)에서 있었던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여 그것을 계기로 피렌체 극장의 오페라에 출연 제의를 받게 되었다. 피렌체 극장에서는 매년 5월이면 오페라 시즌이 시작되는데 푸치니의 오페라 ‘Il Tabarro(외투)’에 출연을 제안 받은 것이다. 맡은 역할은 단역이었지만 이제 유학 온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학생이 피렌체 극장에서 일류 가수들과 지근거리에서 같이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었다. 한편의 오페라를 완성도 있게 올리기 위해 실제 무대와 똑같은 사이즈의 무대를 갖춘 연습실이나 무대 의상, 무대 미술 등 짜임새 있게 돌아가는 극장의 시스템은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다가왔고 연습하는 동안 음반을 통해서 듣던 유명한 가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특히 주역 테너 주세페 자코미니의 노래는 실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는데 한번은 연출 연습에서 실제 공연이라도 하는 듯이 아리아의 끝부분에 나오는 고음까지 멋지게 노래를 마치며 연습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넋을 빼놓는 것이었다(테너들은 지휘자와 음악 연습할 때 외에는 고음을 full voice로 노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당시에 연출가는 유럽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유명 연출가였는데 그도 이 노래에 크게 감동을 받았는지 `네가 이렇게 노래하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라고 말하면서 잠시 휴식을 갖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본 공연에 들어가서는 5회 공연 중에 한 번도 연습 중에 들었던 그 멋있는 고음을 들을 수가 없었다. 청중들이 가장 기대하고 듣고 싶어 하는 고음 인데 첫 날 연주부터 불안하게 연주하더니 하루는 삑사리(뒤집어지는 소리)까지 내면서 아쉽게 오페라가 끝을 맺었다.

또 테너 크리스 메릿은 로시니 테너를 대표하는 유명한 가수인데 작곡가 벨리니의 오페라 `I Puritani(청교도)`를 공연하는 중에 있었던 일이다. 후반부에 소프라노와 2중창이 어우러지는 중요한 장면이 나오는데 고음을 계속해서 내는 것이 힘들었는지 갑자기 한 옥타브를 낮춰서 끝까지 부르는 것이었다. 멋있는 엔딩을 기대했던 많은 관중들로부터 쏟아지는 야유를 받으며 무대 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성악가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신체 어느 한부분이라도 좋지 않으면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조심해야하는 질병 중에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 위산의 역류가 있으면 성대에 염증을 일으켜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좋은 연주를 할 수가 없는데 처음에 이야기했던 테너 쥬세페 자코미니가 좋은 연주를 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역류성 식도염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최고의 연주가들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결코 좋은 연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치 수도자와 같이 규칙적이고 절제하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전설적인 성악가들 중에는 애연가를 넘어서 하루 종일 시가를 물었다는 사람도 있고 또 무절제한 삶을 살았다고 전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사실이라 해도 그 사람들의 경우가 예외적인 것이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연주가 좋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의 생활 방식에서 가끔씩 위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따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혹시 그들이 보다 더 절제하는 생활을 했었다면 지금보다 더욱 좋은 기록들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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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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