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칼럼] 문화재 훼손 부르는 수리, 더는 안된다

김호석 수묵화가 문학박사 / 기사승인 : 2020-02-26 10:34:1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김호석 수묵화가 문학박사
최근 문화재 분야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보물715호 김중만 초상이다. 이 작품은 조선 중기 공신 도상의 기본적인 형식을 따른 무신 초상화이다. 한국 초상화 연구에 기준점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초상화가 문화재 수리·복원 과정에서 훼손됐다는 것이다. 참담하다.

자료에 의하면 이 사업은 2018년도 국고 보조 사업으로 진행 된 ‘김중만 초상 보존 처리 사업’이다. 보존 처리 중 문화재 훼손 문제가 제기되어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쳐 진행이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계에 따르면 수리 과정에서 얼굴 부위가 찢어졌고 관복에 칠한 안료에서 색 번짐 현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고가 일어난 다음부터 3개월이 지난 사이에 찢어진 부분을 새로 그려 넣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작품을 수리하는 게 아니라 새로 창작한 것이다. 보존을 위한 수리가 오히려 소중한 작품을 훼손 시켰다. 범죄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작품이 문화재 전문 자격증 소지자에 의해 수리·복원이 진행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자격증 자체가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하며, 문화재 수리·복원이 단순히 돈벌기 사업으로 변질된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대부분 문화재 수리·복원은 외부 용역에 의지한다. 문화재청은 직접 수리·복원할 여력이 없다. 문화재 수리·복원은 일정한 자격 조건을 가진 곳이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자격이 전문적 수리·복원 능력을 보증하는 것이냐’에는 의문이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수리한 문화재가 찢어지고, 책장이 바뀌고, 교지의 찢어진 부분을 한지에 복사를 해서 대체하고, 작품이 판에서 찢어지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내부적으로만 쉬쉬하며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또 문제를 일으킨 회사에 맡겨 다시 망치고 결국 또 다른 수리업체에 재수리를 의뢰하는 등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국가 기관으로서 문화재 관리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화재 수리·복원은 시대와 기술자의 능력 범위 내에서만 진행 되어야 한다. 수리도 최소화 해야 한다. 가능하면 제작 당시의 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기본이다. 문화재 수리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화재 수리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맡길 수는 없다. 자격증은 최소 조건일 뿐 이다.제도를 개선하고 그 분야에 맞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 수리수복 과정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또한 문화재 수리 복원 자격자에 대한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문화재를 수리하는 기술자는 문화재청에 등록 된 이후 축적된 전문적 경력만을 인정해 평가해야한다. 또 수십 년간 문화재와 관련된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험을 통해 전문가 자격을 갱신하고, 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참여를 제한하여 문화재 수리에 대한 전문성을 높게 확보해야 한다. 자격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문화재 수리·복원에 자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비전문가를 선정하거나 ‘말 잘 듣는’ 위원만을 골라 참여시키는 악습도 바로잡아야 한다. 수리하는 기술자들의 의견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그러면서 문화재 수리 과정과 보고서조차 사유화하는 ‘문화재 카르텔’이 엄존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문화유산의 정신이 지켜지고 계승될 수 있겠는가.

문화재청은 국민의 재산인 문화재 수리 목록과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수리 정보와 조사 보고서는 더 이상 비공개여서는 안 된다. 문화재는 그들만의 아성도 특권도 되어선 안된다. 무지가 만들어 놓은 결과는 회복 불가능하다. 문화재청의 관리 감독 부재로 발생한 해남 녹우당 미인도 훼손과 같은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은 심히 가슴 아픈 일이다. 문화재 수리의 목적은 문화재를 보다 좋은 상태에서 미래에 전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호석 수묵화가 문학박사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