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강주 칼럼] 가을 들꽃들 찻잔에 동동 뜨다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기사승인 : 2020-10-21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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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양떼구름이 맞는 말인지 양털구름이 맞는 말인지. 하늘을 보니 몽실몽실 떠가는 구름이 양 떼 같기도 하고 양털 같기도 하다. 저 멀리에는 새털 같은 구름도 보이는데 이런 모양의 하늘 구름을 보면서 역시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양털처럼 보이면 양털구름이요 양 떼처럼 보이면 양떼구름이지 그게 뭐 대수랄까 싶은데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詩)다. 시인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한 발짝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로서 형상화한 작품인데, 정말이지 나 역시 가을 들길을 걸을 때마다 들국화와 쑥부쟁이 꽃과 취나물 꽃과 구절초 꽃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잣말로 구시렁거리기 일쑤였지.

국화과 식물들이 세계적으로 2만3천여 종이나 된다고 하니 비록 전문가라도 구분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화훼용으로 개량된 다양한 신품종은 제쳐두고서라도 산과 들에 토종처럼 자생하는 식물들의 이름만이라도 제대로 불러줘야 할 텐데, 그러나 이것이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 그냥 다 싸잡아서 들국화!!! 이렇게 불러오지 않았던가.

사실 식물학적으로는 들국화라는 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국, 감국, 황국, 쑥부쟁이, 구절초 등등 산과 들에 피는 국화과의 꽃들을 싸잡아서 부르는 명칭이 ‘들국화’라는 것이다. 개미취, 벌개미취, 가새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무늬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버드쟁이나물 등등의 쑥부쟁이류와 구절초를 구분하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게다가 데이지(daisy)나 마거리트(marguerite), 쑥갓 등의 꽃도 얼핏 보면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백공작이라고도 부르는 미국쑥부쟁이는 작은 꽃들이 총총하게 피어있어 그나마 다른 것들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눈에 보이니 이것만은 구별이 가능할 듯하다. 기타 쑥부쟁이류 들은 꽃과 줄기잎을 비교 관찰하면서 알아가야 하는데 솔직히 이것은 자신 없다. 다만 오늘부터는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구별할 수 있겠다. 구절초는 꽃잎 끝이 살짝 갈라져 있다는 너무 쉬운 구별법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아, 이 무식은 그나마 참 다행이다.

국화의 다른 이름인 갱생(更生), 장수화(長壽花), 수객(壽客), 부연년(傅延年), 연령객(延齡客) 등이 시사하듯이 국화는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상징처럼 여겼다는 것인데, 식용은 물론 국화꽃의 향기를 활용한 생활용품도 다양하다. 봄에는 국화의 새싹을 데쳐 먹고 여름에는 쌈 싸 먹고, 가을에는 국화 꽃잎으로 화전을 부치고, 겨울에는 그 뿌리를 달여서 마셨다고 한다. 감국(甘菊)의 포기 밑에서 나오는 샘물을 국화수라 하여 이 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안색이 좋아지고 늙지 않으며 풍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국화주는 두통을 낫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여러 가지 병을 없애는 데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베개 속에 국화를 넣어 만든 향침(香枕)이나 국침(菊枕)을 만들어 사용하니 눈이 밝아지고 근심 걱정이 사라져 머리가 맑아졌다는 기록이 있으니 참고해보는 것도 좋겠다.

본초강목이나 증류본초에는 ‘국화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 감기, 두통, 어지럼증에 유효하다. 꽃을 따서 그늘에다 말려 조금씩 물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술 마신 다음 날 국화 2~3송이를 달여 마시면 술이 깨고 머리가 가벼워진다’는 기록이 있다.

감국은 열을 내리는 해열 효과가 커서 감기로 열이 날 때, 머리나 눈에 열이 있거나 가슴 속에 열이 있어 답답하고 괴로울 때, 눈과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답답한 것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으며 열감기나, 폐렴, 기관지염, 두통, 어깨결림, 고혈압, 위염, 장염, 종기 등의 치료에도 몇몇 약초를 배합하여 사용한다. 간기능 개선과 충혈, 생리불순과 여드름 등 피부 질환에 응용하기도 한다.

‘사람과 더불어 말할 수 있으나 나는 그 나쁜 마음을 싫어하고/ 꽃은 비록 말을 할 수 없으나 나는 그 꽃다운 마음을 사랑하네/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으나 오늘은 너를 위해 잔을 들어보리라/ 평생 입을 벌려 웃어본 일 없으나 오늘은 너를 위해 한바탕 웃어보리라/ 나 오직 국화를 사랑하는 것은 복사꽃 자두꽃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음이라’ 고려말 포은 정몽주가 스물다섯 살에 쓴 국화탄(菊花嘆)이라는 시이다, 간교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가 느꼈을 절망과 비애에 가슴이 아리다.

깊어가는 가을 밤 국화차 한 잔에 졸시 한 수를 바친다.

‘밤늦도록 시름에 겨운 침침한 내 눈 속에는/ 흐릿한 안개가 아른거린다./ 감국 7송이를 찻잔에 띄우니/ 아지랑이 속에서 금방 피어난 듯 꽃색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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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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