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칼럼] 흙수저 `피가로`의 탄식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기사승인 : 2020-09-23 11: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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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부가 첫날밤을 다른 사람과 치러야 한다면 신랑 신부의 마음이 어떠할까?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은 결혼 생활에 무료함을 느낀 백작이 집사(執事) 피가로의 결혼을 앞두고 초야권을 행사하려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초야권이란 중세 때 영주가 자신의 휘하에 있는 하인들이 결혼할 때 신부와 첫날밤을 보내는 권리를 말하는데 백작이 부인과 결혼 전에 사랑의 열병에 빠져있을 때 자신은 앞으로 초야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정의롭게(?) 폐지했던 것이다.

로지나(후일 백작부인)에게 반하여 마드리드에서 세비야까지 쫓아 올만큼 사랑에 빠졌던 백작이 전전긍긍할 때 동네의 만능 일꾼을 자처하던 피가로의 재치 넘치는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에 이르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피가로인데 그를 집사로 불러들인 백작이 이제는 부인에 대한 애정이 식으면서 피가로의 신부가 될 수잔나를 넘보는 것이다.

이런 피가로의 결혼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또 있으니 피가로를 짝사랑하는 나이 많은 하녀인 마르첼리나와 백작부인이 결혼하기 전에 그녀의 후견인이면서 그녀를 탐했었던 인물로 피가로의 계략에 의해 그녀를 백작에게 빼앗기고서 피가로에게 복수를 벼르고 있는 의사 바르톨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빠진 피가로와 수잔나가 백작의 사랑을 되찾으려는 백작 부인과 머리를 맞대고 사태를 해결 할 계략을 연구하는데 마르첼리나와 바르톨로는 놀랍게도 피가로의 생모, 생부로 밝혀지면서 아침 막장드라마 같은 출생의 비밀이 들어나고 백작은 수잔나로 분장한 백작부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운운하며 고백하다 사람들 앞에서 그의 엉큼한 속내가 들통이 나서 부인에게 사죄하며 끝을 맺는 코믹 오페라다.

이 오페라에는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수잔나와 백작부인이 부르는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 외에도 유명한 아리아들이 많이 있는데 시동인 케루비노가 부르는 아리아에는 이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의 성에 대한 솟아오르는 욕구가 가사와 음악에 사실적이면서도 어둡지 않고 경쾌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오페라의 원작인 피에르 오귀스탱 카롱 드 보마르셰(Pierre Augustin Caron de Beaumarchais)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혁명을 몇 해 앞둔 시기의 사회 풍조를 담아 귀족들의 추악함을 비웃고 사법제도의 비리를 꼬집고 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의 신호탄이라고 했다는 이 작품을 루이16세와 왕비 앞에서 낭독했을 때 국가 질서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왕이 대노하며 공연을 불허했다고 하는데 “권력에 복종하고 아첨만 잘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백작에게 하는 조언과, 독백으로 “지금의 명예를 갖기 위해 당신은 무슨 일을 하였는가? 그저 이 세상에 귀족으로 태어난 것 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백작에게 던지는 질문, 또한 변호사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큰소리만 친다”고 일갈하는 피가로의 모습은 마치 우리를 향해 외치는 이 시대를 향한 보마르셰의 질문 같이 들린다. 오랜 역사 속에 시대가 변하면서 생활상의 모습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왔지만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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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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