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칼럼] 작물에 사용되는 인간 항생제 남용 도를 넘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8-19 11: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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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에서도 ‘항생제 내성’ 발견돼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항생제 남용의 문제는 우리가 찾는 병원, 그리고 가축에 한정되는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 항생제가 우리가 먹는 작물에, 그것도 엄청난 양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이처럼 항생제의 남용과 박테리아 내성의 위험은 널리 알려진 연구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일부 새로운 연구들은 작물 생산에서 항생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에 따르면 항생제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다양한 작물에 사용되고 있다. 


인간 항생제는 사과와 배 같은 작물의 식물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사용되어 왔다. 이 약물은 일부 세균성 질병을 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그 사용 정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료에 따르면 158개국 가운데 3%만이 작물의 항생제 사용 유형과 그 양을 정기적으로 평가했다. 농업에서 항생제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용되는 항생제 양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내용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2개국에 있는 43만 6000건 이상의 플랜트와이즈(Plantwise)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플랜트와이즈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 33개 국가에서 식물 기반의 농업 확장 서비스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농업 개발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63톤의 스트렙토마이신과 7톤의 테트라사이클린이 매년 동남아시아의 쌀 작물에 뿌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두 항생제는 인간 의약품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약물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전체 쌀 생산량 중 약 10%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약 100개 이상의 농작물에서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기준보다 많은 양이 예방적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항생제는 주로 식물의 세균성 질병에 대해 사용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연구팀이 작물에서도 일반적인 권장 수준으로는 치료되지 않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연구 책임자인 필립 테일러(Philip Taylor) 박사는 “해충 퇴치를 위해 항생제를 추천하는 상당수의 농작물 전문가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항생제가 해충에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박테리아 질병을 막기 위해 예방적인 조치로 항생제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메리카, 동 지중해, 동남아시아, 그리고 태평양 연안 국가에서 재배되는 작물에 11가지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는 첫 번째 질병은 세균성 질병(64%)으로 나타났으며, 두 번째는 곤충 및 진드기 관련 질병(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과 종류에는 지역적 편차가 심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아프리카와 중국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보고된 기록이 있었지만 항생제 권고 사항에 대한 기록은 없었으며, 중국은 플랜트와이즈의 데이터가 아예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쌀에 대한 항생제 권장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았으며, 곤충과 진드기에 대한 항생제의 사용도 흔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작물 생산에 사용되는 항생제 양은 의학 및 수의학적 사용에 비해서는 적지만 여전히 박테리아 내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가 다른 살충제와 혼합될 때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을 최대 10만배나 빠르게 높일 수 있다. 날음식의 소비는 또한 내성 박테리아의 발달을 위한 길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 항생제의 남용은 인간, 가축을 넘어 작물에까지 번지고 있다. 그 가축과 작물을 먹는 인간의 항생제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항생제 내성이 가속화된다. 결국 만병통치약의 항생제는 결코 더 이상의 ‘마법의 탄환’이 아니다. 항생제가 말을 듣지 않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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