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강주 칼럼] 하루 10알 말랑하고 쫄깃한 은행구이는 어떨까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기사승인 : 2020-09-24 11: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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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란 옛말이 있다는데, COVID19 바이러스 사이사이로 쫓기듯 지나온 시간이 야속하고 아쉽다. 어정어정 건들건들 어찌어찌하다 보니 유난히 지루했던 장마에 비 맞던 기억밖에 없을 것 같은 길가의 은행나무는 먼저 익은 열매를 떨궈 내고, 그 위를 지나는 사람들의 무심한 발자국은 그저 바쁘기만 하다.

가로에 은행나무가 물들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내게도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중학교 시절 교정에 서 있던 거대한 3그루의 은행나무는 학교 전체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며 친구들의 얼굴까지도 노랗게 물들여 버린, 너무도 강렬한 은행나무 단풍은 중학 시절의 다른 모든 기억들을 지워버릴 정도였으니 요즘 말로 가히 지린다고 할 만하다.

전 세계에 1과 1속 1종밖에 없다는 은행나무는 1000년 이상을 사는 나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빙하기를 거치면서 살아남은 흔치 않은 유물식물의 하나로서 흔히 화석식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명이 긴 나무 중의 하나로 100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아직도 여러 그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하며 신비로운 전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고수는 양평의 용문사(龍門寺)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로서 수령이 무려 1400여 년이고 수고는 45m 이상이며, 동양 제일의 노거수로서 마의태자(麻衣太子)가 심었다고도 하고 의상대사(義湘大師)가 꽂아놓은 지팡이가 싹튼 것이라고도 한다. 세종대왕이 당상직첩(堂上職牒)을 하사하실 만큼 명목(名木)이라는 것이다.

백과(白果), 공손수(公孫樹), 행자목(杏子木),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하는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銀杏)의 명칭은 종자의 껍질이 은(銀)처럼 하얗고, 열매는 살구(杏)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약명으로 백과(白果)라 칭하는 것도 은행의 과육을 제거한 종자의 껍질이 흰색을 띠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숨이 찬 증상을 낫게 한다. 은행은 탄수화물이 주성분이며 단백질의 함량도 높은 편이다. 지방은 적지만 레시틴을 함유하고 있으며 그 외에 카로틴, 비타민 C를 함유하고 있다.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 D로 변화되는 프로비타민 D라고 하는 에르고스테롤을 함유하고 있어서 세포막의 유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으로 먹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익혀서 먹도록 하고, 1회 10알 이내로 섭취하되 최대 20알이 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를 함유하고 있어서 과량 섭취시 복통이나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참기름을 먹여 토하게 하고 지장수(地漿水), 쪽즙, 감초즙을 먹인다고 하는 옛 문헌의 구급법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진혼(鎭魂), 정적(靜寂), 장엄(莊嚴), 장수(長壽), 정숙(靜肅)이라고 하는 은행나무의 꽃말은 뭔가 영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지 않은가. 그런 까닭인지 옛사람들은 은행나무를 천심(天心)을 하강시키는 신목(神木)이라고 여겨서 향교와 서원에 많이 심었으며, 백성의 억울함을 보살피지 않고 악정을 베푸는 관리를 응징하는 나무로서 관가의 뜰에도 많이 심었다고 한다.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도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어깨를 시리게 하는 싸늘한 밤공기에 문득 이 아름다운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는 나의 성급함이 안타깝기도 하다. 가을로 분류하는 6절기 중에 위 4절기는 이미 물 건너갔고, 한로(寒露), 상강(霜降) 2절기가 아직은 남아 있다지만 너무나 짧은 우리나라의 가을은 우수와 고독을 남기고 이제 곧 겨울 속으로 사라지리라. 더러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때문에 눈물로 쓴 편지를 다시 눈물로 지우며 누군가의 꽃이 될, 혹은 되고픈 사람의 애잔한 가을밤도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함께 깊어지리라.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이 생각나서 코를 만져보니 내 코는 거기에 그대로 있으나 그 코끝이 찡하고 시리다. 잠자리에 누우면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당겨야 하게 생겼으니 이게 나이 탓인가 계절 탓인가. 나는 계절 탓으로 돌리고 싶다.

한정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도 특별히 견제하고 독감도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생활해야 할 듯하다. 몸이 냉하고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더욱 주의를 요한다. 평소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강차나 계피차 등을 가까이 두고 말랑하고 쫄깃한 은행구이나 마늘구이에 도라지청을 살짝 발라 먹는 것도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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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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