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잃어버린 나'를 찾아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기사승인 : 2020-10-11 11: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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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어떻게 혼자일 수 있겠는가. 어떻게 혼자 산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돌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식물은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겠지만 내가 식물에게 말을 걸면 되니까.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그들은 한 번 태어난 세상에서 영원히 시들어 죽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 세계에 수많은 식물을 들여놓듯 나에게 늘 적당한 위험 요소를 선물하면서 ‘나’를 살고 싶다.”

 

시인으로서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 여행자로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에 주파수를 맞추어온 <혼자가 혼자에게, 著者 이병률>에서 그가 써내려간 혼자의 자세와 단상은 세상에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혼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타고난 여행가의 유전자와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어 새로운 여행을 모색했다. 그간의 여행과는 다른 이번 여행은 특정한 지명도 없고 지도를 들여다봐도 나오지 않는 불모지이다. 

 

바로, 세상에 점점이 흩어진 수많은 혼자를 만나는 여행. 아주 오래 걸어도 모든 곳을 다 여행할 수 없는 곳. 여행하는 작가 역시 혼자인 채로 그대로다. 산행, 작은 통나무집 한 채, 작업실, 게스트하우스, 기차나 종점으로 가는 버스 안처럼 우리가 주로 혼자인 채로 놓이는 장소들이다. 또한 혼자를 잘 가꾸어가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생애 첫 해외여행의 기록, 그리고 라디오 작가로 일했던 때의 방송 원고들을 살피며 자신의 ‘처음’들을 되짚어보는 일까지……. 오로지 혼자이기에 오롯이 깊어지고 누릴 수 있었던 시간들이 촘촘히 기록하였다. 

 

혼자 여행을 해라. 세상의 모든 나침반과 표지판과 시계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바늘을 움직여준다. 그곳에는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더군다나 여기에서도 들었던 똑같은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된다.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나를 보호하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내게 애정을 수혈해주며 쓸쓸하지 않게 해주는 당장 가까운 이로부터, 더군다나 아주 작게 나를 키워냈던 어머니의 뱃속으로부터 가장 멀리, 멀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히 믿었던 것들을 검은색 매직펜으로 지워내는 일이다.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고 일러준다. 

 

상실과 회복에 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著者 류시하’ 산문집에서 말한다. 나무에 앉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새는 나무가 아니라 자신의 날개를 믿기 때문이란다. 해마다 계속된 인도 여행과 명상 서적 번역은 자신의 물음에 대한 의지와 끈기를 반영할 뿐 아니라 ‘잃어버린 나’를 찾아 나가는 ‘자아 찾기’로 귀결시켰다. 우리 안에는 늘 새로워지려는, 다시 생기를 얻으려는 본능이 있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자기 안에서 깨우려는 의지가.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고 있으며, 삶에 매몰되어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유하고 온전해지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길’의 어원이 ‘길들이다’임을 기억하고 스스로 길을 들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길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낙오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이라는 기준이 오류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걸으려면 편견의 반대편에 설 수 있어야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든 사람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리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길이지 그 사람들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호모 비아토르'라는 말을 했다. 떠도는 인간, 즉 인간은 길 위에서 방황할 때 성장해서 돌아온다는 뜻이다. 영국의 등반가 ‘알버트 머메리’는 “남들이 이미 간 길을 따라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내 자유의지에 따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 그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 정말로 여행을 떠난다면? “여러 나라를 여행할 것이고, 세상 모든 곳에서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무엇이 불행하게 하는가를 발견하고자 할 것이다. 만일 행복의 비밀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꾸뻬 씨의 행복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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