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性 선택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기사승인 : 2019-12-03 1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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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남녀의 사랑이라는 주제는 이미 수세기 동안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을 통해 마르고 닳도록 반복해서 다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담고 있는 그릇만을 바꾸었을 뿐 내용은 지난 수세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열광한다. 그것은 아마도 남녀 간의 ‘사랑’이 인간이라는 종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일 것이며, 또한 그 실체가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어 호기심 많은 종족인 인간을 계속해서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숨겨진 진실을 <욕망의 진화,著者 데이비드 버스>에서 파헤친다. 남녀의 사랑, 연애, 섹스, 결혼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 진화의 역사를 파헤치고,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성적 욕망을 드러낸다. 남녀의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와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략들을 밝히고 있다. 50명의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6개 대륙과 5개 섬의 1만 47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개정판에 덧붙여진 성적 질투에 대한 연구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도 포함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짝짓기와 연애, 섹스, 그리고 사랑이 근본적으로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바람직한 배우자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짝짓기 전쟁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성공적으로 짝짓기 하는 데 따르는 여러 특정한 적응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인간의 심리 기제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남녀가 짝짓기 과정에서 부딪혀 왔던 적응적 문제들을 파헤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해 온 복잡한 성 전략을 밝히고 있다. 

 

약 150년 전에 찰스 다윈이 지구상의 모든 종의 짝짓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혁신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다윈은 수공작의 화려한 꼬리깃털과 같이 생존이라는 점만 놓고 보면 오히려 손해만 끼칠 것 같은 형질들이 동물에서 발달해 있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이러한 형질들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sexual selection) 이론을 주창했다. 즉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수 공작들은 우수한 배우자를 얻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서 그러한 유전적 특질을 계속해서 전해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진화하였다는 것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합성하여 얼굴의 대칭 정도와 매력도를 비교해 보는 실험 아닌 실험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평소에 매력적이라 여기는 연예인일수록 그 얼굴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이 실험은 사실 꽤 잘 알려진 남녀의 배우자 선호에 대한 진화심리학 실험 중 하나이다. 

 

대칭적인 얼굴뿐만 아니라 깨끗한 피부, 고운 머릿결 등은 모두 면역력이 높아 외부의 기생 체에 방해받지 않고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 신체 건강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특질들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모두 이러한 특질들을 잘 판별해 내고 선호하게끔 진화했다. 또한 남성은 여성의 몸매나 나이, 순결 등에 대해, 여성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 헌신 등에 대해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이러한 바람직함을 표지하는 배우자를 선택하지 못해 짝짓기에 실패한 사람은 우리의 조상이 되지 못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를 충실히 이행해 수백만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성공적으로 짝짓기를 거듭해 온 기나긴 대열에서 나왔다. 우리의 조상들을 성공적인 짝짓기로 이끌었던 짝짓기 전략들을 우리는 마음속에 그대로 물려받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누구에게 이끌리고, 누가 우리에게 이끌리는지는 욕망에 달려 있다. 

 

배우자와 함께 살기로 한 이후에도, 배우자의 욕망을 지속적으로 채워 주지 못하면 그 결혼은 곧 파국을 맞는다. 짝짓기의 모든 관문에서, 배우자 선택에서부터 배우자와의 파경에 이르기까지, 욕망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사람들은 자기와 인종, 민족, 그리고 종교가 유사한 배우자를 바란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의 대명사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떤 사람이 질문을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말을 다루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야생마를 길들여서 탄다. 야생마를 길들여 탈 수 있다면 다른 어떤 말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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