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펙이 뭔지 아시나요?"… '블라인드 채용'의 새 취업풍토

박고은 기자 / 기사승인 : 2020-01-12 08:00:5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취준생 김준호(29·남)씨. (사진=김준호씨 제공)

 

[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올해 채용경기가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높은 '취업의 벽'을 허물기 위한 취준생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을 위한 여러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로 채용 시장이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타임즈는 취업을 앞둔 취준생들을 만나 취업 준비과정을 비롯해 취업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취업 성공 비법 및 조언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페이스펙(Face+Spec)… 스펙의 하나로 자리잡은 '취업 성형'


​출신학교가 아니라 순수한 능력만을 보고 인재를 채용하겠다며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가 과연 그 의도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기업 인사관계자들과 정책권자들은 '그렇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대답은 '글쎄올시다'이다. 

취준생 김준호(29·남)씨는 지난해 상하반기를 통틀어 대기업, 중견기업 10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떨어졌다. 취업을 위해서 토익, 자격증, 사회봉사 등 스펙을 쌓았지만 번번히 쓴 맛을 봐야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면접 시에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외모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그래서 새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외모를 살짝 손보기로(?) 했다.  

"요즘엔 취업을 위해 쌓아야 하는 스펙 중 하나로 '성형수술'이 추가됐어요. 블라인드 면접이 대세라 인사담당자들에게 주는 인상과 이미지가 무척 중요해졌거든요. 당연히 취준생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취준생 사이에서는 '페이스펙' 즉 얼굴도 스펙(Face+Spec)이라는 신조어도 생겼고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출신 학교는 물론 학점, 토익 점수 등 전통적인 스펙의 중요성은 점점 낮아졌고, 반면 기업 면접관이 내리는 짧은 시간의 판단이 취업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블라인드 채용 이후 명확한 채용 기준을 알기 더 어려워졌고, 그래서 면접관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에 더욱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대기업 영업직을 준비 중인 권다인(25·여)씨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외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제가 지원한 회사는 학점이나 학교 등 어떠한 스펙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명확한 채용기준을 알기가 어렵더라고요. 영업직이다 보니 면접에서 이미지가 더욱 중요했던거 같았어요" 

 

사실 기업도 취준생의 외모가 중요한 스펙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채용 평가에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 여부'를 물었더니 에 절반 이상(57.4%)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관리를 잘 할 것 같아서'(41.8%), '외모도 경쟁력이라서'(34%), '대인관계가 원만할 것 같아서'(26.1%), '자신감이 있을 것 같아서'(24%), '근무 분위기에 활력을 줄 것 같아서'(20%) 등을 꼽았다.


외모 중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인상 등 분위기'(87.3%)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청결함'(40.1%), '옷차림'(36.8%), '체형(몸매)'(19%), '얼굴 생김새'(18.6%), '헤어 스타일'(8.5%) 등의 순이었다.

 

▲ 방송기자를 준비하는 취준생 이지연(29·여)씨. (사진=이지연씨 제공)

 

기업들의 외모 중시 현상은 지적을 넘어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취준생은 면접에서 외모로 인한 차별 대우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방송기자를 준비하는 취준생 이지연(29·여)씨는 면접관의 외모 지적 발언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한 면접관이 저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방송기자 할 이미지는 아니네'라고 대뜸 말하더라고요. 능력과 자신감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외모를 지적하는 면접관의 말에 무척 속이 상했어요"

 

김성준(32·남)씨는 '흐리멍텅하게 생겼다'는 말 때문에 취업을 앞두고 코 성형 수술을 강행했다. 성형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똑부러지게 생겼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취업 시장은 지원자의 외모를 많이 보는거 같아요. 특히 지원자끼리 비슷한 수준의 스펙을 가졌을 경우 외모에서 갈린다고 생각이 들 정도에요. 외모가 중요한 직업이 아님에도 외모를 따지는 기업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거 같아요"

 

◇ '잘생김'이 아닌 '호감'이 중요


이같은 취준생들의 고민에 기업들은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친다. 오히려 잘생긴 외모 등 직무능력 외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외모가 지원자를 뽑는 데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밝은 표정과 호감가는 인상 정도면 충분하다. 외모보다는 직무능력 향상에 시간을 쏟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도 "채용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외모의 요소를 자세히 보면 잘생긴 이목구비보다 밝은 표정이나 긍정적인 기운이 있는 호감형 인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미소와 자신감 있고 당당한 표정, 단정한 옷차림 등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고은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