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인재 영입에도 ‘국민이 먼저다’

강현직 기자 / 기사승인 : 2019-11-07 13: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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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총선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여야가 본격적인 진용을 갖추며 '총선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총선기획단을 띄우고 새로운 인재영입을 통해 유권자 환심 사기에 나섰다. 선거철만 되면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되풀이 되는 의례적인 행사 같은 것이지만 기존 정치인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작은 기대라도 가져본다. 그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의 얼굴 역할 하거나 후보가 되어 정체성을 대변하며 표를 얻기 위해 전면에 나선다.

그러나 어긋난 인재 영입은 자칫 해악을 부르기도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 박 전 대장이 ‘삼청교육대’까지 운운하자 결국 없던 일로 치부하는 듯하나 ‘영입 1호’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얻은 것은 없다.

새로운 인재 영입을 전략적으로 적절히 활용한 정치인으로 ‘정치 9단’이라 일컬어지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6년 15대 총선 앞두고 민중당 출신 이재오ㆍ김문수ㆍ이우재 등 재야 운동권 인사들이 전격 영입했다. 보수 거대 여당인 민자당 일각에서 우려도 나왔지만 당의 지평을 넓히고 외연을 확장하는 마중물이 됐다. 이어 이회창ㆍ이홍구 전 총리 등 거물급 인사도 끌어 와 호화 진용을 구축해 총선 경쟁력을 높였다. 실제로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맞은 15대 총선에서 정주영 대선후보의 참모였던 소설가 김한길씨와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소설가 김진명씨, 앵커 정동영씨, TK출신 추미애 변호사를 영입해 젊은 층에 지지를 호소하고 외연을 확대했다. 또 항상 따라다니는 색깔론을 의식 노태우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맡았던 군 출신의 임동원 전 장관과 천용택 전 장관을 영입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다. 대통령으로 맞은 16대 총선에서는 우상호·이인영·임종석 등 소위 ‘386 운동권 인사’를 대거 수혈하면서 노쇠한 정당의 이미지를 걷고 젊음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새로운 ‘피의 수혈’은 역설적으로 정당의 인위적인 물갈이 신호탄이 되기도 한다. 여야는 서서히 불출마 선언과 중진 용퇴론이 등장하며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먼저 시동을 건 쪽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초선 의원 2명이 연이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철희 의원은 ‘한심한 정치가 부끄러운데 그런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고 했고 표창원 의원은 현 20대 국회를 최악으로 규정하며 ‘그런 국회를 만든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한 의원들로 이철희 의원은 정치평론가 출신답게 논리 정연한 의정활동을, ‘영입 1호’라는 별칭을 얻은 표창원 의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당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지율이 좀 오르자 번복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충청권 재선인 김태흠 의원이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 등을 지역구로 한 3선 이상 의원들은 용퇴하든지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김 의원은 또 "원외와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내년 총선 영남권 출마를 시사하자 직격탄을 날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른바 '시스템 물갈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현역 국회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공개하고 '하위 20%' 계산에서 불출마자는 제외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폭이 커지는 분위기다. 물론 평가의 기준과 결과를 놓고 ‘친문’이니 ‘비문’이니 ‘네 식구니 남 식구니’ 분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하지만 어느 정도 물갈이를 시도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한국당도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며 '변화와 쇄신‘을 내걸었다. 황 대표는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혁신과 통합에 집약돼 있다. 혁신은 공천으로, 통합은 자유 우파 대결집으로 귀결된다"며 "고 강조하며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재영입에 힘쓰겠다고 목청 높이는 정당들은 많아도 국민에게 영입 기준이나 배경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정당은 없다. 대부분 당 대표나 그 측근들이 ‘밀실 흥정’으로 국민의 잣대가 아닌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한다. 장관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라도 있어 일부 낙마도 하지만 정당의 인재 영입은 거를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리더십의 고전인 정관정요에 보면 당 태종은 “선발한 인재를 보니 단지 그들의 언사가 적당한지, 문장이 엄한지 만을 보고 취했을 뿐 그들의 품행이 고상한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소. 몇 년이 지난 후 사악한 행적이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을 징벌하고 참수까지 할지라도 백성들은 이미 그 해악을 입은 뒤일 것이오. 이를 두고 어찌 덕과 재능을 겸비한 우수한 인재라 할 수 있겠소”라고 인재의 품행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영입하고 퇴출하는 것은 각 당의 전략에 따라 하겠지만 그 바탕에는 국민이 있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나쁜 사람’을 영입한다며 설사 그 사람이 재간이 있고 능력이 뛰어난다 해도 패해는 아주 크다. 인사는 자칫 위기를 자초하고 재앙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는 누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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