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자존심이냐… 인도 전문가들도 중국과 무역전쟁 말리는 이유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2 14: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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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국경 갈등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가 대중 무역제재안을 두고 고민이다. 관세와 불매운동 등이 표면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직접 제재에 나섰다가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도군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도 내 반중감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로컬서클스가 인도 235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년간 중국산 제품을 기꺼이 보이콧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7%에 달했다.

또한 인도는 최근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자제품과 의료장비 등 300여개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과 현실 간 괴리는 커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인도 현지매체 인디아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인도 산업 관계자들은 중국산 제품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상 국경갈등이 무역분쟁으로 확대되면 인도가 받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인도보다 더 다양한 국가와 교역을 하고 있다. 즉 인도 시장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국가와의 무역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인도는 중국보다 이러한 대체 시장이 부족하다. 지난해 인도의 최대 무역국은 미국으로 무역액은 542억 달러였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국이 각각 297억 달러, 170억 달러로 다음을 차지했다. 사실상 인도에게 중국은 핵심 무역국 중 하나다.

반면에 중국은 전체 무역액에서 미국이 4186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인도는 749억 달러에 불과해 홍콩(2796억 달러), 일본(1432억 달러), 한국(1110억 달러), 베트남(980억 달러), 독일(797억 달러)보다 더 적다.

게다가 인도는 중국산 제품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자동차는 그 정도가 덜하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한 TV와 에어컨 등 전자제품과 스포츠용품은 당장 중국산 브랜드를 대체하기 힘든 실정이다.

수입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해야 하고,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같이 다른 브랜드 제품을 들여오거나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실제로 인도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 제품 비율은 지난 2000년 1.7%에서 2018년 15.3%까지 치솟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인도산 수입 비율은 0.6%에서 0.9%로 거의 오르지 못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자동차업체인 마루티스즈키는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지 않아 큰 문제가 없지만 전체 자동차 산업에서는 중국산 부품 비율이 15~20% 차지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72%에 달하고, 스마트TV 시장도 절반(45%)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 이밖에 인도의 에어컨 제조업체인 블루스타에게 중국은 최대 부품 공급국으로 만약 인도가 수입규제를 내린다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인도에서 쓰이고 있는 배드민턴과 탁구 용품, 축구공 등도 대부분 중국산으로 스포츠 용품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선다. 특히 인도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웨덴의 탁구 용품 브랜드인 ‘스티가’나 호주의 복싱 용품 브랜드인 ‘스팅’ 모두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스웨덴이나 호주 브랜드를 보이콧할 순 없고, 그렇다고 인도가 품질 좋은 스포츠 용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진 않기 때문에 자체생산도 어려운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들이 중국산 제품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에는 중국과 무역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하는 까닭이다.

B 티아가라잔 블루스타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을 빼놓고 전 세계 전자제품 제조업을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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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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