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추미애 독무대’ 낯선 국감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10-29 14: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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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성과 없이 끝났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국민적 기대가 컸으나 실망만 안겨줬다. 국정의 잘잘못을 따지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는 국감의 취지는 찾아볼 수 없이 당리당력에 따른 정쟁으로 ‘맹탕 국감’을 자초했다. 이번 국감은 거대 여당의 잇단 증인 채택 거부로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국감 초반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대 휴가 특혜 의혹 공방으로, 후반부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시작과 끝이 ‘추 장관 독무대’가 되어 민생이나 정책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정쟁으로만 흘렀다.

국감 초반 정쟁의 대상이 된 추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은 전혀 복잡한 내용이 아니다. 검찰이 8개월 수사 끝에 불기소 처분했지만 사후 휴가 승인, 휴가명령 기록 부재, 국방부 민원실 청탁 의혹, 통역병 선발 청탁 등 검찰이 풀지 못한 사항들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규명했어야 하는데 전혀 규명하지 못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병가 연장이 안 되자 보좌관에게 부대 장교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주고 통화 결과까지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보좌관이 전화한 적 없고, 지시한 적 없다’고 답변마다 거짓말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궁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엄호에 급급했다.

후반부는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등장해 정쟁을 가속화했다. 윤 총장은 라임 사태 등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수용했지만 대검찰청 국감에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등 정면으로 치받았다. 또 ‘대통령의 임기 준수 메시지’ 발언과 ‘퇴임 후 국민에 봉사’까지 거론하며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러자 추 장관은 법무부 국감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총장으로서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 총장 언행이 민주주의와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감”, “수사지휘권 위법성을 확신하고 그런 말을 하면서 총장직에 남아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윤 총장 찍어내기’ 궤변까지 서슴지 않았다. 국감 와중에 추 장관이 발탁해 라임 수사를 지휘해 온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항의 사표를 내기도 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실체적으로 접근해 피해자 구제와 재발방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여야 정치권 로비 의혹이나 ‘검찰총장의 부하 여부’ 등 정쟁에 몰두해 다시 한 번 ‘국감 무위론’을 절감케 했다.

다른 일부 국감장에서도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저질 언행으로 얼룩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서 민주당 이원욱 위원장과 야당인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는 추가 질의 시간을 놓고 추태에 가까운 언쟁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박 의원이 “건방지게 반말을 해”라고 발끈하자 이 위원장이 박 의원 자리로 다가갔다. 박 의원이 “한 대 쳐 볼까”라며 팔을 올렸고 이 위원장이 “야 박성중”이라고 소리치자 박 의원은 “건방지게. 나이 어린 ㅇㅇ가”라고 맞받았다. 주위 만류로 중단됐으나 이 위원장은 자리로 돌아와 분이 안 풀린 듯 정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다가 내동댕이쳤다. 이 모습은 국회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국민들에게 생생히 방송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 쟁점 상임위 곳곳에서 호통과 막말,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들이 재연됐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강훈식 의원은 국감 도중 모바일 게임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기국회 폐회까지 불과 40여일 남았다. 이제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와 입법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여야 모두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 올해 남은 정기국회에서는 개혁·민생 관련 입법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경제위기의 터널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도 민생 입법은 필수적이다.

남은 시간도 다시 설전과 정쟁만 허송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국회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배척할 것이다. 정치는 다른 진영의 생각을 경청하고 그들의 말을 인정하며 이견을 조율해 국민들에게 안심을 주는 과정인데, 지금의 여당과 야당은 경청은커녕 서로를 향해 조롱만 하고 있다. 특히 17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은 독주체제를 갖추고 툭하면 ‘일방 처리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하니 그야말로 정치 실종 시대라 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회기지만 좀 더 심사숙고하고 서로를 인정한다면 국회에서 소모적인 정쟁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들의 뜻이 무엇인지 물으며 여야가 대화하고 양보한다면 생산적인 국회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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