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美였던 사우디 親中으로 선회하나… 중국, 원유시장 '돈줄' 쥔다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9 15: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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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EPA)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중국이 미국 대신 국제 원유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제사회의 역학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원유 확보는 글로벌 '자원전쟁'의 핵심이다. 그래서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안전하고 값싸게 수입하는 것이 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국력의 바로미터다. 미국이 각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이른바 '세계경찰'을 자처하고, 중동 전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떠오르면서 '원유 확보'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그러는 사이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등 영향력을 급속도를 늘리면서 중동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달 사우디에서 수입한 원유는 하루 216만 배럴이다. 이는 사상 최대치이자 지난해와 비교해 약 2배(전년동기대비 95%) 가까이 늘어난 양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경제활동 재개는 물론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준비하는 만큼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최근 원유가격이 급락하자 미리 비축해 두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로 중동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원유 수입량에 따라 중동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예 원유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신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도 시도 중이다. 전세계 원유 거래와 무역, 투자시 거래되는 미국 달러화 대신 '페트로 위안'이라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거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 이라크, 인도네시아, 이란 등에서는 위안화로 원유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은 사우디에도 위안화를 사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원유 수출은 사우디에게 가장 큰 돈 줄인 만큼 중국의 요구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에 나서자 중국 투자자들이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사실 사우디 국영언론들이 최근 중국에 친화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모습이다.

사우디 국영 방송사인 알아라비아는 지난 3월 중국을 코로나19 사태를 잘 통제한 유일한 국가라고 보도했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아버지인 살만 국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미국과 호주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내세우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원유시장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입지 변화는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에서 발을 빼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이 저술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 따르면 미국이 그동안 중동을 비롯한 세계 경찰 역할을 해온 이유는 원유 수입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 자신의 군대를 배치해야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으므로 크고 작은 정치상황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일가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외부로부터 원유를 들여올 필요성이 없어졌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외에 주둔한 미군을 본토로 불러들이거나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분담금을 요구하는 등 세계 경찰 역할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동 현지매체 아랍뉴스의 프랭크 케인 선임 비즈니스 칼럼니스트는 “어쩌면 사우디는 미국에만 너무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 수 있다”며 “그렇기에 국제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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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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