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서 저울질하는 EU… "좋지 않은 미국, 싫지 않은 중국"

김태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4 16: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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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동물원 찾은 메르켈 총리와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EPA)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고립주의로 외교정책 방향을 튼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성공적으로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14일 화상으로 열리는 EU-중국 정상회의에 대해 양측 관계는 미국의 간섭에도 여전히 공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EU와 중국은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신장 위구르족 문제를 비롯해 홍콩의 국가보안법 등 일부 사안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양측 모두 다자주의를 지지하는 만큼 ‘전략적 파트너’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환구시보는 미국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자 선정에 있어 중국의 화웨이를 배제하도록 독일을 압박하는 등 EU의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EU와 중국의 관계는 매우 단순하며, 미국이 고립주의를 택한 이상 EU는 수많은 잡음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손을 잡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친미성향이 강한 영국을 제외하면 그동안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는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따르지 않았고, 중국의 동영상 공유 어플리케이션(앱)인 틱톡 규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끝에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미국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 오라클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이에 유럽 사업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특별한 소식이 없는 이상 틱톡의 유럽 사업부는 바이트댄스가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루크 맥기 CNN 기자 등 전문가들은 EU는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을 감축하기로 발표하는 등 외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러시아 견제 등 문제에 대비하려면 더 이상 적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EU는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했다. 가치와 체제가 다른 만큼 완전한 통합은 어렵겠지만 무역과 투자 등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략적으로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디커플링’보다 수위가 좀 더 낮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중국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독일 국민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평화에 더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인 지난 5월 독일 쾨르버 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3%, 36%였다. 중국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국과 가깝게 지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탈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좋아진 국가 중 하나다.

다만 EU는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구조로 인해 아직까지 중국과 어디까지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목소리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유럽과 부유한 서유럽,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중국을 바라보는 속내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이밖에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도 변수다. 만약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EU와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노력하면서 외교관계는 다시 재편될 수도 있다.

EU의 한 외교관은 “EU는 지금 당장 합의된 의견이 없는 관계로 향후 재빠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입장 조율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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