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포커스] 광동제약이 자사주 모으는 이유는?

정상명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2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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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매입한 자기주식…총 발행주식 중 24.5% 달해
경영권 분쟁 방어·기업승계 등 활용여지 많아
공정위 "자사주 활용한 기업승계는 편법 여지 있어"
▲ 광동제약 홈페이지에 게시된 최성원 부회장 소개글 (사진=광동제약 홈페이지 캡쳐)
[아시아타임즈=정상명 기자] 비타500, 삼다수 등의 식음료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진 광동제약은 2004년 이후 꾸준히 자기주식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최성원 부회장은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오너의 지배력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자사주의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총 1284만239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주식 발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5%에 달한다.

 

광동제약이 이처럼 대규모 자기주식을 보유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동제약은 2004년 처음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이후 꾸준히 매입을 이어나간다. 

 

이후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을 반복했지만 주기적으로 대량 매입을 해온 탓에 보유량은 점차 늘어났다. 최근 대량 매입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했다. 약 3개월간 약 71억원을 들여 총 100만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자기주식 비율은 24.5%까지 상승했다.

 

광동제약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 때마다 취득 목적으로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다.

 

◇ 최성원 부회장 지분율 6.6% 불과…적대적 M&A 우려없나?

 

오너2세인 최성원 부회장이 보유한 광동제약 지분율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으로 6.59%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 기관투자자인 '피델리티 퓨리탄 트러스트'가 지분 10.49%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있다.

 

최 부회장은 친인척이 보유한 물량과 함께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동생활건강', 창업주인 고 최수부 선대회장이 설립한 '가산문화재단'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해도 총 17.82%에 불과하다.

 

앞서 제약업계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지난 2014년 녹십자는 일동제약 오너 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1년 간의 치열한 싸움 속에 결국 일동제약은 경영권을 지켜냈지만 제약업계에도 적대적 M&A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이같은 선례에도 불구하고 광동제약은 기업 사냥꾼으로부터 위협이 적다는 평가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이에 따라 적대적 인수합병이 시작된 경우 표심을 다퉈야 하는 주주총회에서 힘을 쓸수가 없다. 

 

그러나 자사주가 해당 기업의 우호세력에게 넘어갈 경우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실제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에도 자사주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당시 합병비율 산정을 두고 구 삼성물산 주주 가운데 합병에 반대하는 수가 상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 899만주(지분율 5.76%)는 '백기사' KCC에게 매각되면서 의결권이 살아나게 된다. 

 

이후 KCC는 합병에 찬성하면서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상당부분 기여하게 된다. 다시말해 자사주가 '캐스팅 보트'를 만들어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 '꽃놀이패' 자사주…기업승계에 활용 가능성 높아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 용도 외에도 자사주가 가진 최대 장점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시 오너일가의 기업 지배력을 키워주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원 부회장은 고 최수부 선대 회장이 2013년 타계한 이후 상속받은 지분이 약 1.5%에 불과해 기업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향후 광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하게 된다면 현재 보유한 자기주식은 지주사가 보유한 광동제약의 지분으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지주사(존속법인)와 사업회사(신설법인)로 인적분할을 하게될 경우 지주사는 자사주(24.5%)와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24.5%)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또한 인적분할을 했으므로 최 부회장은 존속·신설법인의 지분을 모두 들고 있는 상태인데 향후 주식 스왑을 통해 지주사 지분율을 늘려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게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다시 말해 현재 보유한 자사주는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결국 최 부회장에게 흘러가 기업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결과가 유력하다.

 

통상적으로 자사주는 기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때 오너 일가에 힘을 실어주는 존재로 인식된다. '자사주 마법'이란 용어도 여기서 탄생했다. 마법이란 용어가 쓰이는 이유는 기업분할 이후에도 존속법인이 자사주를 들고 있는 것은 물론 신설법인에 대한 지분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주식은 회삿돈으로 사들였지만 기업분할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기업 지배력 확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인적분할과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승계 방식은 과거 대기업 재벌들의 승계과정에서 주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대놓고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의 사익편취, 내부거래, 승계와 관련해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자사주를 활용한 기업승계는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공정위도 상법 개정을 위해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광동제약 최근 10년간 주가 추이 (자요=네이버증권)


◇ 자사주 취득 때만 '반짝' 주가 상승…2015년 이후로 내리막길

 

광동제약의 최근 10년간 주가를 보면 2015년 6월5일 한주당 1만9100원을 터치하고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광동제약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자사주 매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면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재고, 즉 주가 상승에 기여하는 이유는 유통주식수를 감소시켜서다. 유통물량이 적을수록 주가는 상승탄력을 받기 쉬워진다.

 

반면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는 다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확실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사주 매입 이슈때만 주가가 반짝 상승하고 이내 하락 추세로 접어드는 것은 광동제약의 사례와 일치한다. 

 

또한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결국 오너 승계 과정에서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각되지 않는 자사주는 기업의 장기 주가 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타임즈>는 광동제약 홍보담당자에게 관련 입장을 듣고 싶어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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