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환심 공약, 맹탕 공약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01-16 15: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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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4·15 총선이 불과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들은 선거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국민에게 정책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제1호 공약을 발표하고 공약 경쟁에 뛰어 들었다.

민주당은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무료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 디지털 빈곤층을 없앤다는 무료 와이파이 확대를 공약 1호로 내놓았다. 세칭 '데빵(데이터 0원)시대'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 무료 와이파이(WiFi) 5만3000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3년간 투입되는 재원은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와 통신사업자가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통신업계는 즉각 우려를 표하고 있다. 5G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촉진하라더니 오히려 투자 여력을 줄여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95%가 스마트폰을 쓰는 통신 강국인데 5G 투자 여력도 빠듯한 상황에 표심 잡기에 급급해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내거는 단골 공약 중 하나다. 지난 총선에서도 각 당이 공약으로 제시해 통신사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받았다.

한국당도 '희망경제공약'이란 이름으로 ▲재정건전화법 제정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 등을 골자로 한 1호 공약을 발표했다. 당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검찰 인사권 독립을 1호로 내세웠다가 비판이 쇄도하자 경제 공약으로 선회했다. 건전재정과 함께 탄력근로, 선택근로, 재량근로제 도입을 통한 주52시간제 보완과 고용계약법 제정 등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해온 확장 재정, 탈원전 정책, 노동 친화적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약은 정부나 정당, 입후보자가 어떤 일에 대해 국민들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정당은 대중을 상대로 정책을 호소해 선거에서 표를 얻는다. 정당은 선거란 합법적 수단을 통해 권력 쟁취하는데 공약 경쟁을 바탕으로 한 선거활동이야말로 정당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1호 공약은 ‘칼퇴근법’이었다. 1주 52시간 근로를 법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은 2018년 2월 국회 문턱을 넘었고 기업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시행됐으나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고 기업 사정에 따라 주 52시간을 넘겨도 된다. 노동계는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누더기가 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정규직 제로정책’은 원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던 새누리당이 2012년 내놓았던 총선 공약이었다.

문재인정부 역시 ‘사람이 먼저’인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늘어 양극화현상은 심화됐고 연 30만명 수준의 일자리는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소득하위 계층의 감소가 더욱 늘어났다. 특히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조국사태에서 보듯이 빛을 발했고 ‘주거안정’은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헛구호가 됐다. 공약을 내놓기 전에 얼마나 법과 제도를 연구하고 수용자들과 협의를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당의 공약도 공약이지만 일부 후보자들이 내놓는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은 더 문제다. 첨예하게 갈등을 빚거나 진행형인 민감한 지역 현안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계획부터 마을 복지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깊이 있는 분석이나 이행 계획 없는 이른바 '묻지마 공약'도 적지 않다.

정당들은 득표에 도움이 될 생활밀착형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만 해도 여야는 일자리, 복지, 주거, 교육, 여가, 창업 등 분야에서 청년 공약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이 미봉적인 예산 쏟아붓기식 공약이었다는 것은 벌써 확인되고 있다. 늘 반복되는 ‘물레방아형’ 선심성·포퓰리즘 공약이나 자신들의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진영 논리로 무장된 공약은 안 된다.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희망과 번영의 기반이 될 화두를 제시하는 공약은 없을까, 국민들은 저성장, 양극화 시대를 헤쳐 나갈 긴 안목의 대안을 갈망하고 있다. 다가오는 총선이 국가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정책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국익과 공익을 확대하는 의제를 세우고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아젠다를 던지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권자들이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선거용 환심 공약인지, 최소한의 고민도 결여된 맹탕공약인지 표로 심판해야 한다. 정당들은 자기 방식의 이벤트나 쇼를 벌이겠지만 가리고 따지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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