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붙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초라한 '지방의 섬'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7 15: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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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선 이후 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 실시"
"지역 표심잡기용…공공기관이 선물보따리냐" 비판
"자생력 잃고 고립된 1기 공공기관들 뒤 이을 것" 우려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이 여전히 공공기관을 지방에 주는 '선물'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지역 표심몰이를 하고 있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기 지방이전한 공공기관들이 겪었던 전문성 및 경쟁력 약화 문제가 재현되 지방 내에서도 고립된 '섬'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서울, 부산의 금융중심지 경쟁력도 떨어진 만큼 지방이전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중앙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해찬 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전국을 다녀보면 절실히 요구하는 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라며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참여정부 당시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며 "이중 부산은 가장 모범적으로 공공기관이 자리 잡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정부 이후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많이 이전됐지만, 대부분 서울 근처 아니면 경기도 대도시여서 국가 균형발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이전 대상 기관들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약 116여개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 2018년 10월 공공기관 112개 지방이전을 공식화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중 이미 지방 이전됐거나 지정해제된 곳을 빼면 116개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은 과밀화의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소멸론의 위기감 속에 정체돼 있다"며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122개 기관에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공항공단·우체국물류지원단·우체국시설관리단·코레일네트웍스·한국폴리텍·한국환경공단·예금보험공사·KOTRA·한국투자공사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총선 득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건강 악화로 선거 전면에 나서지 않던 이 대표가 직접 밝힌 것을 두고 핵심 거점인 부산·울산·경남 지역 표심 잡기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합당은 공공기관 이전을 지방에 주는 '선물보따리' 정도로 생각하는 편협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고, 정연국 미래통합당 선대위 상근수석대변인은 7일 "공공기관을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옮길 수도 없고 땅따먹기 돌 던지듯 할 수는 더더욱 없다"며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고 지역간 과도한 유치 경쟁으로 번지지 않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총선이 다가오니 또다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이슈를 던졌다며 이젠 놀라지도 않는 모습이다.

또 1기 지방이전 기관들의 사례로 그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이전 현실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2월 전주로 이전한 이후 경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력의 4분의 1가량이 사표를 냈고 실장급 인사 8명 중 6명이 회사를 관뒀다. 직원채용에 있어서도 공기업·공공기관의 의무채용 비율과 수도권 취업 선호현상에 전문인력 채용에도 무리가 있었다.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경쟁력만 약화시키게 된 것이다.

또 기관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온 직원들의 경우 가족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직원만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민 확대 효과가 미미하고, 생활 인프라도 개선돼 있지 않아 지방으로 내려간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서울과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선정되고 공공기관들이 부산국제금융센터로 이전했지만, 이는 오히려 서울과 부산의 금융중심지로서 입지만 약화시켰다.

영국의 컨설팅기관 '지옌'이 지난달 말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 결과 서울시는 지난 9월 발표 당시보다 3계단 오른 33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9월 5위를 기록했지만, 매해 순위가 떨어졌었다.

2015년 3월 24위를 기록한 이후로 30~40위권에 머물던 부산은 8계단 하락한 51위를 기록했다. 부산이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17년 9월 조사(70위) 이후 두번째다. 이는 개장 6년째를 맞은 BIFC(부산국제금융센터)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 유명 금융기관이 한 곳도 없는 탓이 크다. 금융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매력도가 국제 무대에서 그만큼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혁신도시 등을 조성해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단기간에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1기 혁신도시 이전하고 자리 잡는 데만 10년이 걸렸는데 그마저 사실상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지방의 섬'처럼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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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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