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마저 시련의 계절…산은의 고심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6 15: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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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힌드라, 쌍용차 2300억원 규모 투자 철회
두산중공업, 자금지원에도 개선 가능성 낮아
"LCC부터 시작…산업 구조조정으로 재편해야"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금융 복합위기가 닥치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으로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과 저비용항공사(LCC)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한 산은이 이번엔 쌍용자동차마저 떠안게 되게 생긴 탓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지원이 '빝빠진 독에 물붓기'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정리하고 성장가능성 높은 곳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일 관련업계 따르면 쌍용차 대주주인 지난 3일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투입하기로 한 2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했다. 마힌드라는 현재 현금흐름과 예상 현금흐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운영자금을 위해 3개월간 4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3개월 400억원은 한 달 고정비도 안될 것이라며 마힌드라가 사실상 손을 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1월 방한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이동걸 산업은행 총재에게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했지만, 마힌드라가 손을 떼면서 쌍용차의 운명은 산은의 손에 달리게 됐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가지고 있는 쌍용차 채권은 1900억원가량으로, 그중 오는 7월에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는 단기 차입금이 2500억원, 장기 차입금이 16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산은의 고민도 커졌다. 쌍용차는 2016년 티볼리 효과로 반짝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19년 영업손실만 2819억원이었다. 싸용차의 적자행진은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티볼리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 현대·기아차는 물론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삼성의 XM3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더욱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원도 걱정이다.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지난달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여기에 수은은 추가로 60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총차입금 4조9200억원 중 올해 만기 도래액만 4조2700억원 규모여서 아직 추가 자금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개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일부 휴업도 실시했다. 두산그룹은 전 그룹사 임원의 급여 30%를 반납키로 결정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부사장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는 40%, 상무는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재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개편을 위해 과거 두산중공업이 진행했던 두산엔진식 분할·합병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 부채의 상당 부분이 사업회사로 이전되는 만큼 발전 업황 부진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할 때 적자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은 동의할 수 있지만, 추가지원은 어렵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정밀실사를 한다거나 자구책을 받기도 전에 지원을 결정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혈세를 낭비하게 된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과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은이 산업 전반의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인력 자르기가 아닌, 필요한 만큼의 인력과 자금 만으로 산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성장 한계가 온 산업은 정리하는 대신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집중하도록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조차 팔리지 않는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생명연장을 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다. 또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던 만큼 구조조정은 쌍용차를 시작으로 외자계 3사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기만 조금 빨라졌을 뿐 올 것이 왔다. 이제는 인수·합병도 재매각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은 르노삼성·한국GM도 마찬가지다. 외자계 3사 모두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산은 역시 이번 코로나19 피해업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지원과 동시에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달 27일 LCC에 3000억원의 금융지원안을 확정하면서 "추가 지원이 이뤄진다면 부처에서 (항공사) 재편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확정한 이후 전체 직원의 5분의 1 수준인 300명 내외를 구조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해내지 못하면 경제가 안정된 이후에는 더 하기 어려워진다"며 "일본이 1980년대 구조조정을 도외시하고 재정, 금융정책만 펼친 결과 'L자형' 장기 침체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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