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100점 만점에 18.6점’

강현직 / 기사승인 : 2019-12-05 16:17:0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강현직 주필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불과 5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국회는 문만 열고 혼돈에 빠져있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새해 예산안이 겹친데 이어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무산 맞대응 등 정국은 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고 국회는 마비됐다.

'일 안하는 국회, 식물 국회, 최악 국회' 등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만 봐도 1월과 4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이었고 2월과 5월 정기국회는 개회조차 못했다. 그나마 6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검찰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사태로 난장판이 됐다. 7월부터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정국이 얼어붙었다.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는커녕 삭발·단식·장외집회 등 '일하는 모습'만 빼고 다 보여줬다는 조소가 나온다.

2016년 5월 막을 올린 20대 국회에서 4년간 발의된 법안은 총 2만3807건, 발의법안도 역대 최대치이지만 처리된 법안은 7528건으로 31%에 불과하고 70%에 이르는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17대 국회 50.3%, 18대 44.4%, 19대 41.7%와 비교하면 국회가 얼마나 허송세월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요즘 가장 주목을 받는 부동산 관련 계류법안만도 47개에 이른다. 전월세 가격, 공시가격, 종합부동산세 세율, 명의신탁 등 부동산 법안은 국민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다. 지방정부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고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31년 만에 추진됐으나 9개월째 묶여 있고 지자체들의 숙원인 지방분권 관련 법령 7개도 계류 중이다. 지역 관련 법안들이 무더기로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이자 지자체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각 당 대표가 처리를 합의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도 불발됐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계류된 법안들이다. 경제계에선 데이터3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국내 정보기술ㆍ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기력을 넘어 무감각하다.

국내 기업들은 20대 국회에 ‘낙제’ 평가를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20대 국회에 대한 기업인식과 향후 과제’를 조사한 결과 경제분야 입법이 4점(A학점) 만점에 평균 1.66점(D학점)을 받았다. 사회통합 및 갈등해소는 1.56점으로 그보다 낮았고, 대정부 감시ㆍ견제 분야 역시 1.95점으로 C학점을 밑돌았다. 기업들은 국회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입법활동 때 국가 전체 관점이 아닌 표심이나 이해관계자를 더 의식하는 점’(80%), ‘정치이슈로 인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지연’(72.0%), ‘입법기관 역할보다 소속정당의 입장에 따른 법안심의’(68.3%) 등을 꼽았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법안처리가 지연될수록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들의 평가는 더 처참하다. 20대 국회의 의정활동을 ‘100점 만점’ 기준으로 낙제점에도 못 미치는 18.6점으로 평가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20대 국회가 의정활동을 ‘잘못했다’고 평가했고 ‘잘했다’는 국민은 1명꼴에 불과했다.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부정평가가 압도적이다. 국회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에게 국회는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고 싸움만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5년 연속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기는 부끄러운 국회가 됐다. 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고개를 숙이고 "나아가지 못하면 퇴보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20대 국회는 단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국민과 역사 앞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두려워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지만 과연 국회가 변할지 두고 볼 일이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정쟁을 접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야 모두 ‘네 탓’만 하지 말고 ‘민식이법’ 등 쟁점없는 민생 법안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벼랑끝 정치, 살생의 정치로는 국민에게 다가갈 수 없다.

국회의 본질적인 기능은 대화와 협상, 타협을 통해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하지 못하면 무능한 국회가 되고 모든 책임은 1차적으로 집권 여당 그리고 제1야당이 져야 한다.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이 마주보고 대화하는 모습. 합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여야는 빨리 대화를 복원하고 이르게 국면을 전환하길 바란다. 그러나 지금도 국회는 ‘네 탓 공방’뿐이다.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