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디지털 뉴딜과 망분리 정책

정순채 동국·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박인우 법률사무소 고문 / 기사승인 : 2020-06-30 16: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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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채 동국·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박인우 법률사무소 고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뉴딜은 세계 대공황시대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위기 극복을 위해 채택한 정책이다. 대규모 공공 토목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대공황 시대 미국 뉴딜정책의 상징인 후버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 건축물이자 인류 역사상 최대 토목 공사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판 디지털 뉴딜은 후버댐과 달리 대규모 토목사업이 아닌 빅데이터 플랫폼를 기반으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데이터댐’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를 여는 것이다. 댐에 물을 모아 여러 용도로 사용하듯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데이터를 모아 가공하여 사용하므로 수많은 부가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경제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데이터댐에는 공공과 민간 데이터가 모이고,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표준화돼 서로 결합하여 가공된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더 똑똑하게 탄생한 AI는 기존산업이나 혁신산업 발전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경제 기반을 만들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선도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예상된다.

보도 자료에 의하면 공개된 정부의 데이터 수집은 다양한 부처에서 진행된다. 바이오와 의료는 복지부, 제조는 중기부 및 산업부, 농림과 어업은 농림부 및 해수부, 공공은 행안부, 에너지는 산업부, 금융은 금융위원회, 사회간접자본(SOC)은 국토부 등 분야별 주요 부처가 데이터를 모은다는 방안이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 5G,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CCTV 등 다양한 기술과 기기도 동원된다.

이렇게 분야별 취합한 데이터는 축적과 가공 단계를 거치며, 정부는 수집과 축적한 데이터를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통합하여 관리한다.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해 기존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업도 포함된다. 또한 실시간 생성 데이터를 바로 AI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 또는 민간이 보유한 분야별 데이터를 쉽게 찾아 활용하도록 국가 데이터 지도(데이터 맵) 구축도 예상된다.

축적과 가공을 거친 데이터는 AI 등 데이터 활용 단계로 넘어간다. ‘AI+X 프로젝트’로 대규모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신 시장 수요도 창출한다. 제한된 환경에서 공공이 보유한 데이터를 AI가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실험하는 실증랩도 구축한다. AI 학습용 데이터,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환경(API),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AI 허브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전 산업에 분야별 AI를 확산하고, AI 활성화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공공부문 중심 망분리 정책을 시행중이다. 2011년부터는 민간과 금융기관으로 망분리를 확장했으며, 2016년부터는 4차 산업혁명과 망분리 보완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정보화기본지침에 의거 내부망(업무망)과 외부망(인터넷망)을 분리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의거 100만건 이상 개인정보를 보유한 기업의 개인정보가 저장된 PC를 분리토록 했다. 또한 금융기업은 전자금융감독규정으로 업무용 PC의 인터넷 차단, 시스템 개발과 운영, 보안용 PC의 물리적 분리를 의무화 했다.

망분리는 보안을 위해 내부 업무망과 일반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조치다. PC 두 대를 사용하는 물리적 망분리와 PC 한 대에 인터넷용 가상 PC를 구현하는 논리적 망분리로 구분된다. 이러한 망분리가 오픈소스나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불만이 높다. 업계에서는 망분리 환경 구축을 위한 비용지출에 부담을 갖고 있다. 영세 업체일수록 망분리 규제로 인해 데이터 활용과 신기술개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술을 이용하여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핀테크 업계는 신기술 개발과 업무 효율성, 비용 등의 이유로 망분리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를 업무망과 인터넷망이라는 두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일괄 분리해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대정부권고안’을 통해 도메인 중심 현 사이버보안 정책에서 탈피해 초연결 시대에 맞는 데이터중심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일괄적인 망분리 정책은 4차 산업혁명 기본 철학과 상충하며,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육성에 걸림돌이다.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망분리 등 보안정책과 컨트롤타워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언탠트 시대에 역행하는 망분리 규제는 데이터 중요도별로 규제하는 개혁에 속도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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