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강주 칼럼]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 기사승인 : 2020-06-03 16: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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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 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 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이처럼 외롭고 고요하고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위로의 노랫말을 쓰고 싶다. 물론 아직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벗들에게 나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일까 생각해본다.

인용한 노랫말은 가수 조영남씨가 부른 ‘모란 동백’의 가사이다. 너무 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노래의 원작자는 작가이며 가수인 이제하님이라고 한다. 1998년 환갑의 나이에 ‘빈 들판’이라는 CD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는데, 총 10곡이 들어 있던 이 음반에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었던 곡이라고 한다. 훗날 가수 조영남씨가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로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는데, 평소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선구자’를 작곡한 조두남 선생의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을 좋아했던 이제하 작가가 이 둘을 모아서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하나의 노래로 창작하게 된 노래라는 것이다. 조영남씨의 노래로 이 명곡을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가수 조성모씨가 부른 ‘모란동백’은 그 애절한 느낌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서 좋다.

모란꽃 피는 6월이 오면/ 또 한송이 꽃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 꽃/ 또한송이의 또한송이의 나의 모란

행여나 올까 창문을 열면/또 한송이의 꽃 나의 모란/ 기다려 마음저려 애타게 마음저려/ 이밤도 이밤도 달빛을 안고피는 꽃/ 또한송이의 또한송이의 나의 모란

(김용호 작시 조두남 작곡 ‘또 한송이 나의 모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국민 시라고 할 수 있는 시인 김영랑님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작약도 모란도 그 화려한 꽃잎을 뚝 뚝 떨궈 버리고 이제 흔적조차 사라져버린 빈 뜨락을 바라보며 귓가에 맴도는 노랫말을 듣는다. 꽃을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지레 말해버린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의 설화가 마치 진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며칠 전에도 누군가 내게 물었지. 모란꽃은 정말로 향기가 없느냐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건만 그 노래의 향기는 이 슬픔의 봄을 보내는 위로의 향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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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 객원편집위원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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