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똘똘한 한 채’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07-16 16: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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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온 나라가 치솟는 집값을 둘러싸고 난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교통부장관을 불러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는 7.10대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다주택자를 문제의 본질로 규정하고 규제와 과세 강화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기본적인 시각엔 변화가 없다. 22번째 대책까지 내놨는데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격앙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쏟아내는 중구난방식 대책이 되레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정책은 ‘무능’도 문제지만 여권 실세들이 다주택자를 ‘공공의 적’으로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다주택 보유에 집착하는 ‘위선’을 보이고 있어 정책에 대한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했지만 2030세대는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는 건 망했다)이라며 절망하고 집 없는 40,50대 가장은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지고 치솟는 전·월세 가격에 한숨을 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긴급 처방으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처분토록 주문했으나 여권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강남 아파트 애착과 다주택 재테크가 조명 받으면서 국민들은 더 허탈감과 분노에 빠지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 중 다주택자 비율은 28%, 장관급은 무려 47%에 이른다고 한다. 부동산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고위공직자 16명 중 5명이 다주택자이고 이들 부처를 관할하는 두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56명 중 17명 역시 다주택자였다. 이들이 정책 입안을 주도하니 다주택자에게 불리해야할 정책이 시늉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다주택 매각 최고의 블랙코미디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반포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판다고 해 ‘똘똘한 한 채’를 지키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논란이 된 반포 아파트도 팔겠다고 말했으나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판 뒤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은 양도세 절세 혜택을 노린 ‘꼼수’라고 다시 공격의 대상이 됐다. 반포 아파트보다 훨씬 싼 청주 아파트를 먼저 팔아 양도세를 3억원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는 ‘박병석 국회의장도 서울과 대전에 2주택을 보유하며 4년간 23억여원 시세 차익을 봤다’고 발표했다. 박 의장 측은 “현재 1가구 1주택자”라며 “대전 집은 처분해서 월세를 살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처분했다는 대전 아파트는 타인에게 매각한 것이 아니라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 의장은 아들 명의로 바뀐 대전 아파트에 주소지를 두고 아들에게 월세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23년 간 살던 성남 분당 아파트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후 월세 계약을 맺고 계속 거주하는 사실이 밝혀져 거센 지탄을 받으며 낙마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청와대 참모 중 대표적인 다주택자인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의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똘똘한 두채'는 최근 1년새 총 7억원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은 강남·서초·마포에 주택 3채를 보유했는데 신고 가격이 76억원이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 재직 중이던 2002년 36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후 별다른 직업이 없었는데 3채를 소유한 것은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라며 “돈을 위해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8·2 대책’을 발표하면서는 “이번 대책의 특징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팔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52%나 폭등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응답도 36.8%에 그쳤다. 최근 국토연구원 6월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도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 수준으로 급등했다. 서울의 주택매매 심리지수는 전달에 비해 28.6포인트 오른 150.1을 기록했으며 수도권도 120.6에서 140.9로 20.3포인트 뛰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심리가 더 높아졌다는 뜻으로 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크고 깊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이 다 작동하고 있다’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아파트값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국민을 조롱하는지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은 어느 정권도 자제했던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 해제까지 들고 나왔다.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찬반이 격하게 충돌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데도 거침없이 해제를 공언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소득 격차보다 더 큰 양극화를 부르고 불로소득과 빈부 대물림의 원천이 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로 팔자를 고치는 사회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사회 통합과 빈부 불균형 해소는 공염불이 된다. 최근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추락하는 것을 보면 자칫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국민이 믿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늦었지만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시장 흐름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닥까지 추락한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되찾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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