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안팔겠다" 선 긋는 시중은행은 왜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2 10: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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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신뢰도 회복이 우선"…은행권, 펀드 판매 '소극적'
"과도한 배상책임에 감시감독업무도 하라고?"…의무 과도해
"시장 환경이 원치 않는다"…"금융권, 펀드 판매 외면 확대될 것"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앓은 은행들이 펀드 판매를 외면하고 있다. 해외연계금리 파생결합펀드(DLF), 라임무역금융펀드 등 잇딴 펀드 사태로 은행권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판매는 부작용만 키우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최근 판매사에 대한 책임과 업무가 과도해지 있다며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행정소송으로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펀드 사태로 인해 은행의 신뢰도가 깎였음에도 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신용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환경 등을 감안해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대상으로 판매를 재개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작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지난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 일부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6개월과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법원이 하나은행이 금융당국의 DLF 중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사모펀드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사모펀드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만큼 판매 재개에 신중한 것이다.

DLF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은행도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할지 결정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로부터 6개월 업무 일부정지를 받은 우리은행은 9월말부터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판매하게 되더라도 신용도 회복이 전제조건"이라며 "사모펀드를 판매할지 안할지 여부는 결정난 바 없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소극적인 것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금융위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에 대한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은 농협은행은 올 들어 사모펀드 판매 실적이 전무하하고, 신한은행의 사모펀드 잔액은 지난달 말 1조7553억원으로 전년동월(2조9930억원)대비 41.4% 급감했다.

은행들은 주변 환경이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게끔 조성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판매 역량을 갖추고 있어도 은행들이 신중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선 사모펀드를 판매하던 은행들이 불완전판매 등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은행들은 DLF에 이어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원금손실로 인해 신용도에 타격을 입었다. 은행들은 고객 신뢰를 먹고 사는 기업이기에 펀드 사태들이 일단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의 섯부른 판매는 신뢰를 더욱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판매사에 대한 배상책임도 과도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DLF 배상에 대해 최고 80%까지 배상하라는 최고 배상비율을 정했다. 이후 지난달 라임 무역펀드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하면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관련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도록 하면서 당기순이익 감소에 일조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2분기에 신한금융투자의 독일 헤리티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부실과 관련해 대손충당금 2016억원을 쌓았다. 우리금융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관련 650억원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비용으로 약 1600억원을 쌓았다. 하나은행 역시 사모펀드 보상 관련으로 1185억원을 적립했다.

금융당국이 판매사인 은행으로부터 사모펀드에 대해 감시·감독을 하도록 한 것도 부담이다.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 점검 관련 행정지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판매사가 운용사가 만든 투자설명 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전에 미리 검증해야 하고, 특히 운용사가 설명 자료대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지 분기마다 점검해야 한다. 운용사는 매 분기 마지막 날로부터 20일(영업일 기준) 내 운용점검에 필요한 정보를 판매사에 제공하면, 판매사는 자료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운용점검을 하는 식이다. 은행이 펀드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사라면 운용 과정을 감시해야 할 의무도 부여된다. 수탁사는 월 1회 이상 펀드 자산보유내역을 점검해 내역 불일치 등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판매사에 통지하고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운용사의 감시감독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판매사는 운용사에게 상품 운용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 때문에 은행들이 운용사에 상품운용 자료를 요구해도 운용사가 거부하면 은행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라임사태에서도 운용에 의구심이 든 일부 판매사들이 모여 라임자산운용에 투자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종필 라임운용 전 부사장이 자본시장법상 판매사들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공개내역이 한정적이고 하루에도 자금을 이동시키고 여러 곳에 투자하는 복잡한 구조 탓에 일부 복잡한 펀드의 경우 거래내역을 추적하는게 불가능할 정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환경이 은행들이 더이상 사모펀드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조성되고 있어, 다른 은행들도 사모펀드 판매에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은행의 신뢰도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중위험 중수익 상품조차 안심할 수 없기에 차라리 비용이 들더라도 리스크가 없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판매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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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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