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칼럼] 오페라 '사랑의 묘약'

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3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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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한세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남자 주인공 `네모리노`가 중세시대의 전설로 내려오는 사랑의 묘약의 힘을 빌려 지주의 딸인 `아디나`의 사랑을 얻으려고 약장사에게 약을 사기위해 벌어지는 해프닝과 다소 어수룩하지만 순수하기만 한 네모리노의 마음이 영악한 아디나의 마음을 움직여 사랑이 이뤄지는 즐거운 결말의 코믹 오페라이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는 데는 본의 아니게(?) 기여하는 약장사 `둘카마라`가 있는데 이 인물은 엉터리 의사이다. 오페라가 발표된 19세기에는 신약을 개발한 사람이 직접 시장에서 판매를 해야 했다고 하니 가짜와 사기꾼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중학생 때 공터에서 약간의 차력과 마술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는 남자에게 좋은 정력제라며 약을 팔던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 요즈음과 달리 약의 효능을 검증할 아무런 확인 장치가 없었으니 200년 전에는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자신이 계발했다는 만병통치약을 팔고 있는 약장사를 보고서 오래 전부터 짝사랑해온 여인으로부터 계속 무시를 당하고 있던 네모리노는 `혹시 전설에 나오는 사랑의 묘약을 구할 수 있다면~`하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약장사에게 넌지시 다가가 사랑의 묘약도 있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약의 효과가 하루 뒤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엉터리 약장사가 도망가기 위한 시간이다. 아마도 이 약장사는 다시는 이 곳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오페라를 대표하는 아리아인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은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귀에 익숙한 선율인데 이 눈물은 네모리노가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그를 가난한 바보라고 무시하던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살 약값을 구하려고 전쟁터로 떠나는 군대에 자원할 만큼 자기를 향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 된 것인가를 알고서 흘리는 아디나의 눈물이다. 단조로 시작하는 이 곡은 그 선율이 얼핏 슬픈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데 사실은 정 반대로 자기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 눈물짓는 것을 보고서 벅차오르는 감격을 애써 억누르며 네모리노가 부르는 곡이다. 아름다운 선율로 진행하는 곡의 마지막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지게 하는데 그 사랑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지막까지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죽을 수 있어요`라고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진실한 사랑의 힘은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인가!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기네스북에 커튼콜이 무려 1시간 7분이나 계속 되었다는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세계적인 기록은 1988824일 베를린에서 공연된 <사랑의 묘약>에서 나왔는데 네모리노 역으로 출연했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167회의 커튼콜을 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그는 생전에 했던 오페라 역할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로 네모리노 역을 꼽았다.

 

이 오페라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사랑의 묘약을 먹는 당사자에게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고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약이라니 있기만 하다면 명약 중에 명약일 것이 확실한데, 혹시 이 약을 지금 진영 논리를 앞세워 대립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 진영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동서고금을 봐도 이런 약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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