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성북 네 모녀 사건’과 국민기본소득

강현직 주필 기자 / 기사승인 : 2019-11-14 16: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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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미국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자 중에 가장 '핫한' 사람으로 앤드루 양이 있다. 그는 자신의 책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서 기본소득을 제시하고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13만원)의 ‘자유배당금’을 공약으로 선전하고 있다. 대만계 미국인이자 변호사 출신 기업가인 그는 노련한 정치인 후보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양갱(Yang Gang)’으로 불리는 열성적 지지자들이 꾸준히 늘면서 뉴욕타임스 등 주요 매체들도 지지율 3%에 불과한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무인자동차 도입으로 미 전역의 350만명에 이르는 화물차 기사는 물론 그들이 이용하는 모텔과 화물차 휴게소 등 연관 산업 종사자 72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배당금이 실직자의 자존감과 자립 의지를 높여 2025년까지 약 2조5000만 달러(약 2842조원)의 경제성장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한다. 재원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 혜택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한테 세금을 걷어 마련하자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세계는 이미 기본소득 실험이 곳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2008년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2011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는 논의 단계를 넘어 한시적이지만 기본소득을 시행했다. 알래스카는 유전 이익으로 생긴 이득을 모든 주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2017년 6월 기본소득 실험에 나서 빈곤층 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매년 미혼자와 부부에게 최대 각각 1만6989달러와 2만4027달러를 지급했다.

최고의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핀란드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핀란드는 2017년 1월 장기 실업자 2000명에게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2만원)를 지급했다. 핀란드 실험결과 기본소득을 제공받은 집단의 평균 고용 일수와 자영업 종사자의 비중이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큰 차이가 확인되진 않았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의 고용 성과가 실업급여 수급자에 비해 개선되지도 악화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웰빙 효과는 현저하게 긍정적인 측면이 확인됐다.

더욱 중요한 발견은 ‘행복’에서 찾을 수 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이 그러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고 느꼈으며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 전반적인 삶의 질,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도 더 높게 나타나 기본소득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행복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정책의 새로운 길을 밝혀주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도내 청년들에게 1인당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고 서울시도 내년부터 청년수당 대상자를 확대해 중위소득 150% 미만의 청년 10만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키로 했다. 경기도 실험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청년들이 기본소득을 받은 후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었다. 돈 때문에 멀리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 파트타임 중 한두 개를 그만두고 대신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다' 등 변화가 나타났다. 경기도는 ‘국민기본소득’ 실험을 청년에 이어 농민으로 확대키로 했다.

최근 '성북구 네 모녀 자살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이 붕괴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시 한 번 경고하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복지 사각지대를 없앤다고 발굴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해왔지만 '성북구 네 모녀 자살 사건'과 '탈북자 모자 아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경제 약자의 삶을 구제할 수 있는지 다시 묻게 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집단이나 개인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적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아무런 조건 없이 장기적으로 최소 생계비를 지원하는 개념의 보편적 복지정책이다. 기본소득은 주로 보편성, 무조건성, 정기성, 현금성, 개별성 등 지급하는 방식의 특징들로 정의되지만 궁극적으론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전분배 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국민기본소득이 결국 ‘현금 퍼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논란이 나오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악화시키며 제도 도입 여력이 없는 지자체와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기본소득제가 적절하게 실시되면 불충분한 금액이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한 지자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도민 10명 중 7명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고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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