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위기'의 지도자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02-27 16: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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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세계 지도자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한국은 '지역사회 전파'가 현실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중국과 미국, 일본 국가지도자들도 리더십에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덮어 2천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면서 '절대 권력'으로 불리는 위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사태를 통해 경직된 관료 시스템, 지방과 중앙 정부의 불통, 낙후된 방역 시스템 등 통치 체계의 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우한에서 12월 초 첫 환자가 발생했으나 1월 20일 시진핑 주석의 공식적인 대응 지시가 떨어지기 전까지 사실상 국가적인 방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춘제(春節)를 맞아 수억명의 중국인들이 이동하는 때에 코로나19 확산의 위중함을 깨닫지 못한 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마저 연기됐고 시진핑 주석은 올스톱 상태인 경제를 회복시키고 사회 질서를 정상화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자국민을 태울 전세기를 가장 먼저 띠우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초기 대응은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장 큰 논란을 낳은 것은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탑승자를 선내에 장기간 묶어둔 조치다. 아베 총리는 검역으로 '미즈기와'(水際) 대책 강화를 도모하겠다며 감염 의심자들을 입국하지 못하게 했다. ‘미즈기와’는 육지와 물이 만나는 곳, 상륙하기 직전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로 공항이나 항만에서 검역을 통해 전염병의 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미즈기와’를 고집한 것이 선내 감염자를 양산해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사라질 문제고 잘 관리되고 있다며 불안감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 속에 세계경제 성장률까지 타격 조짐을 보이며 '강한 경제'를 발판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뒤늦게 의회에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요청했으나 야당인 민주당은 어떤 계획도 없이 긴급예산을 요청하고 대응 능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방역 당국이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가벼운 언행이란 지적이다. 또 의학계 전문가들의 건의를 받고 나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면서도 '신천지'를 지목한 것이나 ‘대구 봉쇄’ 파문이후 급히 대구를 방문했지만 진정성을 찾기 어려운 면피성 행차에 그쳤다는 비판도 많다. 문 대통령과 정부의 오판이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는데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기 전 질병관리본부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묵살했다는 주장도 진위를 밝혀야할 부분이다.

내란이나 그에 버금가는 극도의 혼란 상태에서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러나 현 집권 세력은 국가정책의 기획이나 시행에 치밀하게 검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고 권력투쟁에는 능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권력 행사에는 준비가 안 돼 있는 집단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문가는 또 문 대통령 본인이 정치할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고 말했듯이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려는 데 집착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이는 자칫 자신만의 사유 세계를 갖지 못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사고하지 못할 수 있어 국가가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요즘 지도자는 조직 변화의 필요성을 이끌면서 새로운 목표 비전을 제시하는 변혁적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또 위기 때는 조직 내부의 효율성과 현상 유지를 통해 기대되는 성과를 요구하던 전통적 리더십을 벗고 성과와 비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카리스마 리더십도 필요하다.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예측하고 대응책을 설계하는 예측력과 국민 합의를 이끌어 내는 통찰력, 합의된 정책을 구성원들과 함께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코로나 대응 실패를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문 대통령은 무슨 답변을 내놓을지, 국민들의 불신이 더 커진다면 자칫 국가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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