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爲國獻身 軍人本分’

강현직 주필 / 기사승인 : 2020-09-17 16: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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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어느 사회나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가 존재하고 이를 조율하며 발전해 가는 것이 통상이다. 서로 다른 견해는 발언을 통해 표출되고 조율되지만 요즘과 같이 견해 표출이 품위를 잃고 막말로 번지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정치적 발언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요즘 정치권은 인격 모독과 실언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실언과 망언은 극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 아들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 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는 논평을 냈다가 혼쭐을 당했다. 논란이 거세게 일자 논평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여당 대변인의 인식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지 참으로 어이없는 망언이란 비난이다.

‘위국헌신 군인본분’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중국 뤼순 감옥에서 남긴 유묵에 있는 글이다. 야권에서는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를 어디에다 감히 비교하는가"며 "서일병이 안중근 열사이면 후원금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은 유관순 열사이고, 이들을 엄호하는 여당 의원들은 계백장군, 을지문덕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가족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게 청탁이라면, 동사무소에 전화한 모든 것이 청탁”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했고 홍영표 의원은 야당에 대해 “과거 군을 사유화하고 정치에 개입했던 세력이 옛날에는 쿠데타까지 일으키다 이제 그런 게 안 되니까 국회에 와서 공작을 한다”고 막말을 했다. ‘카투사는 편한 군대’라고 조롱했던 우상호 의원과 당직병을 범죄자로 몰았던 황희 의원 등 ‘추 장관 감싸기’ 발언들은 단순히 실언 해프닝이 아니라 여권 내부 기류가 반영된 정치적인 발언으로 국민들이 듣기엔 무척 거북하다.

특혜 의혹을 팩트와 논리로 대응하고 정확한 진상을 국민에게 알려 설득하려하기 보다는 궤변과 선동으로 모면하려는, 정치적 목적을 정해놓고 모든 논리를 끼워 맞추려는 뻔뻔스러운 태도라 말할 수밖에 없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극단적 선택을 둘러싸고도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당시 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은 “당 대표로서 너무 참담하고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면서도 고소한 피해자에 대해선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하며 고개조차 숙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앞서 박 전 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박 전 시장의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XX자식”이라고 사적 감정이 실린 과격한 언행을 쏟아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한 의원은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표현해 최소한의 양식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했으며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피해자가 한 명만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며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의혹을 부풀렸다.

정치권 특히 여당의 정도를 넘어서는 발언은 특정 의제가 정국 이슈가 되려하면 일단 정치적 유불리부터 따지고 의제를 명확히 밝히기보다 방어하는 데 급급하고 되레 선제공격까지 하려하는데 기인한다. 사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성찰해도 부족할 텐데 언행은 거꾸로다.

정쟁적으로 접근하는 발언들은 막말로 비화하기 일쑤이고 무리수가 따른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정제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고 거친 설전만이 오간다면 사회적 공론장은 형성되지 못하고 국회는 정략적 ‘배설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사회 지도층의 말이 공격적일수록 그 사회가 점점 진영논리에 지배되고 적대적으로 변해간다. 그러나 거친 말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자칫 개인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고 정당의 지지도도 말 한마디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문득 ‘좌중담소 신상구(座中談笑 愼桑龜, 앉아서 서로 웃고 담소를 할 때 뽕나무와 거북이를 조심하라)’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의 좌우명이었다고 널리 알려진 이 말은 거북이와 뽕나무가 안 해도 될 괜한 말을 하다 거북이도 죽고 뽕나무도 베임을 당하고 말았다는 내용으로 늘 말을 조심하고 가려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정치인들이 자극적이고 무모한 막말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품위 있는 발언으로 국회를 생산적인 논쟁의 장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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