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결정 연기…난감한 금감원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7 0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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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은행, 결정 기간 내달로 연장 신청
"사외이사 교체…코로나19 금융지원에 검토 여유 없어"
"결과는 아쉽지만…금감원 법적 테두리서 노력 다한 결과"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를 두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에 대해 은행들이 결정을 4개월 연속 미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태로 인해 불가피한 연기이지만 금융감독원만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하나·DGB대구은행은 전날 금융감독원의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 회신 기한을 재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요청한 기간은 한 달로 다음달 6일까지다.  

 

▲ 6일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 앞에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및 키코 피해기업들이 씨티·산업은행의 금감원 분쟁조정안 불수용 결정에 규탄하고 있다./사진=키코 공동대책위원회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 732곳이 3조3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원이 최근 바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바뀌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금감원이 정한 수용 여부 통보 시한으로, 은행들의 연장 요청은 이번으로 4번째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이중 우리은행은 제일 먼저 분쟁 조정을 수용하고 배상금 지급까지 마쳤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각각 결정했다.

금감원은 난처한 형국이다. 금감원의 자율배상안은 권고사안이라 법적 강제성이 없어 지켜볼 수밖에 없다. 민법상 손해배상 시효인 10년이 지나 금감원이 은행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수도 없다.

일단 금감원은 은행들의 시한 연기 요청에 대한 횟수에 제한을 두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이미 '권고 수용불가'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수용 반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승패가 결정난 싸움이라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조차 설득하지 못했는데 다른 은행들이 따르겠냐는 것이다.

또 당국과 정부가 금융회사에 적극적 금융지원을 독려하는 가운데 금융회사를 옥죄는 모습은 '금융회사를 원하는 대로 주무르려 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은행연합회에서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서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적극적 금융이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살릴 수 있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대출을 챙겨줄 것을 당부했다. 또 적극적으로 지금 공급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과실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그간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을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명분이 퇴색시킨 꼴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키코 배상안 문제가 수용불가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키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우리은행은 배상을 완료하지 않았냐"며 "금융회사의 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금융회사를 압박할 수 없어 이대로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키코 피해기업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배임이 아니다'는 입장에 반기를 든 것"이라며 "금융위와 은행이 조직적으로 금감원을 물 먹이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규명과 피해구제 하려다 궁박한 처지에 몰리고 있는 금감원과 키코 기업들은 고립무원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는 중차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지 않는 엄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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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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