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Q] 빅히트 공모가 고평가 논란...왜 PER 아닌 'EV/EBITDA' 사용했나?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1 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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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빅히트가 상장 닷새 연속 하락세로 마감하면서 공모가 고평가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빅히트가 다른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9일 ‘빅히트 공모가격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밝혀주세요’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빅히트 공모가는 터무니없이 거품이 끼었다고 언론에서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조희팔 사건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등 사기 사건과 비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한 첫날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념식에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이 기념사 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수를 앞세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형태와 무엇이 다른지 의구심이 든다”며 “모든 국민이 궁금해하는 빅히트의 가격 어떻게 결정되고 기준은 무엇인지 명명백백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빅히트의 공모가는 13만5000원. 주가는 상장 첫날 잠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오른 후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35만1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날까지 5일 연속 하락하면서 17만9000원으로 추락했다.

만일 상장 첫날 상한가에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매수한 투자자는 50%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빅히트의 증권사 목표주가는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16만원부터 하나금융투자의 38만원까지 가지각색이다. 그만큼 기업가치 평가가 ‘고무줄’ 같다는 얘기다.

빅히트 공모가는 통상적인 동종 업계 다른 기업과의 주가수익비율(PER) 비교가 아닌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사용해 나왔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설비 투자와 감가상각 규모가 큰 제조업 기업의 가치평가에 주로 이용된다. 설비 투자가 많은 기업의 감가상각비도 영업이익에 포함돼 제조업 기업에 유리해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서울 삼성동에서 올해 말 서울 용산구 신사옥(용산 트레이드센터)으로 확장 이전을 예정한 빅히트가 공모를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스부채의 감가상각비가 영업이익에 포함되면서 기업가치가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공모가를 높이기 위한 장치는 또 있다. 빅히트는 비교 기업으로 동종 업체인 에스엠을 제외하고 JYP, YG, YG PLUS, 네이버, 카카오 등을 포함시켰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포함된 이유는 빅히트가 같은 IT플랫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금융감독원

방시혁 빅히트 의장 역시 지난 15일 상장식에서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빅히트가 과연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대표 IT 공룡기업과 같은 수준인지는 의문이다.

이들 5개 기업의 EV/EBITDA는 평균 42.36배. 이에 따라 빅히트는 연환산 EBITDA 1219억원에 5개 기업 평균 EV/EBITDA인 42.36배를 곱해 EV를 5조1623억원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순부채 등을 더해 최종 가치를 5조7569억원으로 제시했다.

주관사 측은 PER 대신 EV/EBITDA로 빅히트 가치를 산정한 이유에 대해 “EV/EBITDA는 PER에 의한 가치 평가 시 발생하는 감가상각방법 등 회계처리방법, 이자율, 법인세 등의 차이에 의한 가치평가 왜곡을 배제한 상대지표”라며 “콘텐츠 및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각종 상각비 처리 등의 차이에 의한 효과를 배제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EBITDA)을 통해 동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히는 현재 지적재산(IP) 사업화 인프라 및 플랫폼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규모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PER은 기업 규모 및 장기적인 성장성보다 특정 기간의 이익에 기반해 산출되고 타 지표 대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빅히트 기업가치 평가방법으로는 한계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일방적 주장을 주관사가 받아들였거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IT플랫폼이라는 건 기업의 주장일 뿐인데 굳이 EV/EBITDA를 사용한 것은 숫자(규모)를 뽑아내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본다”며 “여기에 공모주 열풍까지 더해져 시장이 높게 정해진 공모가를 인정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주관사 관계자는 “5일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모가 대비 32.59% 높다”며 “투자는 자신의 판단과 책임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 가장 낮은 16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타사에 비해 보고서를 먼저(9월 23일) 내다보니 목표주가가 낮게 잡힌 경향이 있다”면서도 “빅히트와 같은 엔터 기업에 EV/EBITDA를 적용한 것은 맞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가장 높은 38만원을 제시한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목표주가는 실적을 높게 잡아서 자연스럽게 높게 나온 것”이라면서도 “EV/EBITDA는 기업가치 평가에 적용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드문 평가 사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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