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메릴린치 막으려면 알고리즘·고빈도 거래 규제 필요"

김지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10-16 1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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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알고리즘을 통한 초단타 매매와 허수성 주문의 창구 역할을 한 미국 메릴린치증권이 한국거래소로 부터 제재를 받은 가운데, 알고리즘과 고빈도거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학회는 16일 오후 3시30분 거래소 서울사옥 신관 21층 대회의실에서 금융기관과 학계 등 전문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 건전증시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포럼은 '바람직한 자본시장 알고리즘·고빈도거래 규제방향'을 주제로, 알고리즘과 고빈도거래의 글로벌 규제동향을 살펴본 뒤 우리 시장환경에 적합한 규제 방향 설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7월 메릴린치에 1억7500만원의 회원 제재금을 부과했다. 거래소는 메릴린치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미국 시타델증권의 알고리즘 고빈도 거래를 통해 6220회 허수성 주문(430개 종목)을 수탁 처리해 시장감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거래 규모는 900여만주, 약 850억원 상당이다. 이에 대해 메릴린치는 이의제기를 한 상태다. 

▲2019 건전증시포럼에 참석한 최훈 금융위 상임위원(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송준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 및 주요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거래소
포럼에서는 해외 주요시장의 규제 현황에 대한 생생한 설명을 위해 미국 자본시장의 대표적 자율규제기관인 미국의 미국 자율규제기구(FINRA)와 런던증권거래소(LSE)·영국 금융감독청(FCA) 출신의 규제 전문가들도 함께 했다.

첫번 째 발표자를 맡은 존 크로퍼 FINRA 총괄부사장은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에 대한 FINRA의 규제현황을 소개했다. FINRA는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업자를 위한 업무가이드를 제정·배포한 바 있으며, 알고리즘 거래전략을 디자인·개발·수정한 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또 알고리즘 거래를 활용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활동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 거래업자로부터 받은 알고리즘 소스코드도 함께 활용(Reviewing Algorithm Code)하는 경우도 알렸다.

그는 앞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시장감시, 상품간·시장간 연계형 불공정거래 대응 등 시장감시의 폭을 확장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두 번째 발표자 닉키 베일리는 FCA와 LSE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유럽연합(EU)의 알고리즘 고빈도 거래 규제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유럽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는 '금융상품투자지침2'(MiFID Ⅱ)에 포함된 알고리즘 거래업자의 역할과 증권거래소의 시장관리 책임이 있다"며 "다수의 거래소시장이 존재하는 영국 자본시장의 특성이 감안된 시장통합형 시장감시를 소개하면서, FCA와 같은 국가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통적인 시장교란행위(Layering, Spoofing, Wash trading 등) 외에 알고리즘 낚시(algo baiting)'와 같은 새로운 불공정거래 유형을 소개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전 채권 트레이더가 시도해 시세를 조작한 수법으로 고가로 매수호가를 제출한 후 다른 알고리즘 거래자가 추격 고가 매수주문을 제출하면, 이 자에게 고가로 매도하고 기존 매수주문을 취소하는 식이다.

이어 양기진 전북대 교수는 위험관리 차원의 시장충격 완화장치 마련과 함께 시세조종 등에 대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교수는 "알고리즘거래 관리방안의 일환으로 알고리즘 거래업자에게 등록의무를 부과하고, 규제기관의 권한(거래업자에 대한 거래 보고 요청권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시세조종 규제로서 알고리즘거래 이용 허수성 호가에 대한 법상 규제 강화(부당이득 규모에 연동한 벌금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알고리즘 거래자의 예상치 않은 가장매매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자기매매 방지 장치(Self Trade Prevention)'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선종 숭실대 교수는 고빈도거래가 유동성 증가 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역할이 있으나 시장질서교란 위험 등 부정적인 효과도 있어 적절한 규제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시장감시 및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알고리즘·고빈도거래자 등록제'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기관에게 알고리즘 사업자에 대한 정보(고빈도거래에 대한 전략, 사용변수 등)제공 요구 권한을 부여해 규제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발표자와 함께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 전균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양태영 한국거래소 상무 등이 패널토론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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