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환전의 메카' 서울역…은행은 떠나도 고객은 남았다

유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0-01-25 09: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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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서울역 환전센터…고객 감소에 국민은행만 나홀로
"모바일로 고객감소?…현금 갖고 오는 고객 여전히 많아"

[아시아타임즈=유승열 기자] 설, 추석 등 우리나라 대명절 때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옛일이 됐다. 설 명절 귀성길에 오를 때마다 붐비는 고속도로에서 시간을 버리는 대신 연휴를 피해 고향에 가족을 만나고 연휴 때에는 해외로 여행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설도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설 연휴인 이달 23∼27일에 총 103만9144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평균으로 20만7829명이 공항을 이용하는 셈이다. 이는 작년 설 연휴 기간(총 7일)보다 2.8% 늘어난 규모다.

 

▲ 공항철도 지하 2층에 있는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이 때가 되면 가장 바쁜 곳이 환전센터다. 은행들의 환전센터는 연휴 시즌이 되면 환전을 하려는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은행들도 점포를 내기 위해 경쟁을 벌였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서울역은 2017년만 하더라도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의 서울역 환전센터가 경쟁을 벌이던 '환전의 메카'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모바일로 환전센터와 동일하거나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면서 굳이 환전센터를 찾아오는 고객이 줄어든 것이다. 은행 직원들도 예전이었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텐데 확실히 환전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이 감소했다고 했었다.

맞지 않는 임대조건 등으로 인해 은행들은 서울역을 떠났다. 현재 서울역 환전센터는 국민은행 단 한 곳만이 남아있다.

가장 최근 떠난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 말 환전센터를 폐쇄했다. 모바일 환전을 이용한 인천공항 출국시 당일 환전고객이 많아 서울역 방문고객의 환전소 방문을 통한 환전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역 인근에 우리은행 점포가 있다는 점도 이유였다.

 

▲ 22일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고(故)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49재 분향소 설치 및 조문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22일 늦은 오후 우리은행 서울역 환전센터가 있던 자리는 가벽이 쳐져 있었다. 아무도 그 자리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신 그 자리는 농성의 자리가 돼 있었다. 고(故) 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49재 분향소가 설치돼 있었고 조문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장애인들과 관계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명절 전 환전을 위해 간간히 줄을 서며 기다리던 고객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였다.

공항철도 지하 2층에 있는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는 어떨까. 우리은행까지 폐쇄했으니 고객들이 많아졌을까. 아니면 똑같이 이곳도 고객이 줄어들어 폐쇄 우려가 나올까.

국민은행 환전센터는 세 명의 직원이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고객들은 계속 창구에 들어가 환전을 했지만, 접수를 하면 바로 창구로 갈 정도로 많지는 않아 보였다.

 

▲ 공항철도 지하 2층에 있는 국민은행 서울역 환전센터./사진제공=아시아타임즈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국민은행 환전센터를 찾아오는 고객들은 여전하다고 은행 직원은 말했다. 매일 300여명의 고객들이 센터를 찾아와 환전업무를 보고,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특히 많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직원은 "모바일 환전업무로 오는 고객도 많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들이 현금으로 직접 환전하러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연휴가 되면 방문자 수가 증가한다고도 했다. 이전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진 않지만, 환전은 환전센터에서 하려고 하는 고객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모바일과 달리 환전 규모가 넓고 조건 없는 우대혜택에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다"며 "모바일을 통한 환전을 위해 찾아오는 고객도 있지만, 여전히 현금을 갖고 와 직접 환전하는 고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직원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국민은행은 환전센터를 폐쇄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 은행 센터 폐쇄로 고객이 유지되고 있을진 몰라도, 여전히 환전센터를 찾는 고객이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해 문을 여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와 닿았다.

국민은행 환전센터는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6시부터 밤늦은 오후 10시까지 찾아오는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불을 켜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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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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