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 칼럼] 기업이 ‘도시의 미래’를 이끈다

강현직 / 기사승인 : 2019-04-19 0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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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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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이 얼마 전 본사를 전라북도 익산으로 이전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우리나라 재계 서열 30위권 대기업 중 지방 소도시에 본사를 둔 기업은 하림이 유일하다. 익산 신사옥에 둥지를 튼 하림지주는 (주)하림과 하림산업 HS푸드 콜센터 등도 함께 입주했으며 55개 사업장에서 2700여개의 직접 일자리와 협력사·계약 사육 농가 등 1200여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본사 이전과 함께 식품산업단지(Harim Food Triangle·하림푸드트라이앵글)를 조성해 향후 2~3년간 1500여 개의 일자리를 더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림그룹의 익산시대 개막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익산시는 위기의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 하나다. 인구가 2011년 30만9800명을 정점으로 매년 조금씩 줄어 지난해 말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재정을 아무리 퍼부어봤자 감소폭이나 조금 줄일 뿐이라는 인구전쟁에서 익산은 조만간 인구 30만 명을 회복할 것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대기업 본사 이전이 가져다 준 미래를 위한 선물이다.

기업이 도시를 살린 사례는 세계 곳곳에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본사는 도요타시에 있다. 본사가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도요타자동차는 나고야에서 출범했고 도요타시에는 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1959년 주민들이 도시의 이름을 고모로시에서 도요타시로 바꿀 때 도요타 본사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도요타자동차는 이제 세계 제일의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했고 도요타시 역시 일본에서 제일가는 '부자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도요타시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연간 400만대, 단일 지역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도요타시는 세계 선진국 도시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낮고 재정자립도는 일본 677개 기초지자체 중 단연 1위다.

독일의 드레스턴도 기업도시로 떠오른 건 20여년에 불과하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도시 90%가 파괴됐다. 동독에 속한 드레스덴은 변방의 가난한 도시로 전락했고 재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러나 독일 통일이후 연방정부와 작센주정부의 파격적인 혜택이 드레스덴의 화려한 부활을 견인했다. 막스프랑크연구소, 라이프니츠연구소 등 명성 높은 연구소들이 잇따라 설립됐고 관련 기업들이 앞 다퉈 공장과 연구소를 옮겨오기 시작했다. 첨단연구소와 대학, 첨단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연구 성과를 비즈니스로 연결, 정보통신부문 유럽 1위, 기계부품 및 나노재료부문 독일 1위, 태양열에너지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칩 생산관련 기업만 760여개, 1만6000여명의 고용과 연간 20억 유로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도시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이 우량기업 유치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하면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세계 도시들이 간판기업 유치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전에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238개 도시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뉴욕주와 뉴욕시는 30억달러 상당의 세금 혜택과 지원을 약속하며 어렵게 계약을 따냈지만 스스로 걷어찼다. 아마존은 최근 뉴욕의 제2본사 설립 계획을 전격 철회했고 뉴욕시는 다시 본사 이전을 읍소하고 있다.

기업이 한 지역에서 자리 잡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모색하지만 행정적 규제 등 여러 장벽에 부딪혀 갈등하고 있다. 특히 기존 도시 속에 첨단 산업기지를 건설하는 데는 더 큰 장애가 따른다. 특혜에 가까울 정도의 파격적인 유치전을 펼치는 외국 도시들을 보면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기업과 도시는 친해져야 한다. 도시를 대표하는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해야 도시가 번성해지고 시민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일부 세금 면제나 행정처리 기간 단축 등 소극적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푸대접과 불균형은 없는지, 편의주의 논리에 젖어 무관심과 홀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기업과 도시, 행정의 조화를 통해 도시 시너지를 높이고 지속가능 성장을 지원해야 도시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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