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사태, 주민들은 왜 영풍을 욕하지 않는가

최수혁(작가,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자) / 기사승인 : 2019-07-02 0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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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환경은 과학 문제가 아니라 정서 문제다. '믿고 마실 수 있는 물', '영혼까지 적시는 공기'와 같은 표현들은 환경 분야 종사자들이 십 수년간 노력해 만들어 낸 환경의 문학적 상징이다.


물론 누구나 깨끗한 물과 공기, 흙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문명의 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깨끗한 환경을 선택하라고 하면 몇 사람이나 그 책임을 감당하려고 할까. 두고 볼 일이다.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그룹의 석포제련소는 우리나라의 환경 문제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전형적인 사례다. 석포제련소는 최근 6년 간 낙동강 상류에 17만 평 규모의 공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환경운동가와 지역 단체의 큰 반발을 샀다. 보통 환경 논란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민원과 제소로부터 시작되는데, 석포제련소는 석포면 주민들은 공장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의 사람들은 공장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특이한 곳이다.


지난달 10일 방영된 MBC ‘PD 수첩’을 비롯해 석포제련소 관련 보도들이 종종 인용하는 일본의 동방아연(東邦亞鉛) 사례만 해도 영풍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영풍의 전신'이라고 운운하는 동방아연은 1920년대 일본 군마현 안나카시에서 아연 광산과 제련소를 함께 운영하면서 인근 지역의 중금속 공해를 일으켰다고 알려졌다.


1938년부터 안나카 주민들은 집단적인 반대 운동을 시작하여 공장의 조업 규모 확장 반대와 전기 설비용 철탑 부설 반대 운동 등을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2차대전 후 1950년대에는 일본 자민당의 정치인들까지 ‘안나카 문제’에 뛰어들어 제련소의 부당한 운영에 대해 저항했다. 환경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공장과 주민들 사이에 반복되는 법적 갈등 끝에 1986년 9월 동방아연이 주민들에게 4억5000만엔에 달하는 배상을 결정했다.


반면에 영풍 석포제련소는 약 2200명에 달하는 봉화군 석포면 주민들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라고 강조하며 철폐를 반대한다. 만약 중금속 오염이 극심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지역 주민들부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 중 영풍에서 일하다가 중금속 중독이 심각해 퇴사했다거나 더 이상 거동할 수 없어 회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PD 수첩을 비롯해 몇몇 언론들이 카드뮴 중독으로 영풍을 퇴사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근로자를 인터뷰했지만, 회사 측이 내놓은 대답은 "당사자가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취업 시도까지 했다"는 매우 '특이한 진실'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본의 안나카 주민들이 동방아연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반대했다면, 한국의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민들은 영풍 석포제련소를 일관되게 지켜내려고 한다. "제련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기업에 동화되어서 그렇다", "먹거리를 볼모로 주민들을 종교 신자로 만들고 있다"는 매우 극단적인 설명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 심각한 공해가 존재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어야 할 주민들이 오히려 '살기에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할 경우 우리는 환경 논란 자체에 대해 좀더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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