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미래 칼럼] 꿈의 직장, 꿈 같이 먼 직장

청년과미래 / 기사승인 : 2019-10-09 0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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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이지수 청년과미래 칼럼니스트

지난주부터 재미있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있다. Jtbc에서 하는 웹툰 원작의 ‘쌉니다 천리마마트’다. 만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어서 챙겨보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드라마 속 주인공은 그룹 내 공식 유배지라고 불리는 천리마마트라는 곳에 좌천되어 갔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직원들과 사장이 있는 한 제법 유쾌하게 직장생활이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흠칫’했던 부분은 신입사원 면접 장면에서다. 대학교 4학년이 되다보니 이력서, 면접, 신입사원 이야기만 나와도 눈이 뜨이고 귀가 쫑긋해지는 한편 그 말들을 보고 듣는 순간 스트레스도 팍 딸려온다. 면접자들이 울고 불며 취업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며 홀린 듯이 내 스펙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드라마를 곁눈질로 보며 대기업, 중견기업 등의 기본 스펙이 어느 정도인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내용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불안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초기 취준생인 모양이었다.


한동안 검색하며 불안해하고, 때로는 안도해가며 스펙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은 뒤에야 묘한 기분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차라리 저런 천리마마트라도 갈 수 있다면 당장 가고 싶다’고. 물론 우리의 주인공은 다른 꿍꿍이가 있고 그런 주인공이 너무 마음에 들지만, 동시에 해당 드라마 속 취준생과 사회초년생 모두에게 눈길이 갔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의 간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취업을 한 사람들에게는 직장생활의 알력다툼이 스트레스지만 참 웃기게도 취준생은 그것마저도 부럽다. 마치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욕해도, 그걸 바라보며 대학이라도 갔는데 그게 어디냐며 한숨을 폭폭 쉬던 고등학생들처럼. 세월이 흘러도 더 높은 단계를 바라보며 걱정하고 부러워하는 건 여전하다. 이런 게 끝나지 않는 인생의 굴레인 모양이다. 심지어는 좌천되다시피 한 드라마 속 주인공마저도 단지 직장이 있고 돈을 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웠다. 스스로 그걸 깨닫자 웃음이 났다. 나도 참, 이런 생각을 하다니.


꿈의 직장이라는 말이 있다. 복지와 연봉이 좋고 회사 분위기도 좋은 곳에 가는 게 소원이라고 꼽으며 꿈의 직장, 신의 직장 리스트를 뽑아 순위를 매기는 걸 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애초에 직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간절하다면 나에게 모든 직장은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웃기면서 슬프게도 내가 지원하는 모든 곳이 꿈의 직장이 된다. 들어가고 싶고, 간절하니까.


물론 꿈의 직장은 이름값을 하듯 꿈속에서조차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다. 모두는 각자의 ‘꿈의 직장’을 따라 각기 다른 곳에서 손을 뻗고 있을 테다. 내가 과연 원하던 직장에 들어갈 날이 있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겠지,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힘을 얻고 드라마로 눈을 돌린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이다 같은 일이라도 보며 마음껏 부러워하고,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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